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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책 10선

일, 2015/10/18- 16:46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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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책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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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야 여름이라지만, 정말 덥네요.

이열치열이라 했으니, 이 여름 치열하게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뜨거운 책은 저리가라. 시원한 책을 골라봤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책을 골라보려 했으나 한두 권은 읽었음직한 것도 섞었습니다.

상당히 독특하고, 읽다가 다섯 번 쯤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습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내려놓을 수는 없을 꺼에요. 다 읽고 나면 저자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도 부작용. 게다가 정치와 아무 상관없는 내용인데 다 읽고 나면 ‘역시 정치를 잘해야겠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르는 널 뛰고 있으니 10권 다 읽을 생각은 마세요.

신간이 별로 없다고 서운해 하지도 마시구요.

 

사람은 저마다 한 권의 책.

2015년 여름, 인생의 한 장이 넘어갑니다.

자, 그러면 책의 바다로 풍덩.

 

  • 타워 (배명훈, 오멜라스, 2009)

 

대단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배명훈’의 책을 다 찾아 읽었다. 다 재밌다.

<타워>는 높이 2408미터, 674층, 인구 50만의 빈스토크. 이곳에 대한 이야기다.

허구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이동과 인간사가 현실의 세상을 멋지게 조롱한다.

유머감각 넘치는 풍부한 상상력은,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더욱 빛이 난다.

“요즘 애들은 수직주의는 무조건 부자들 이념이고 수평주의는 또 무조건 가난한 사람들 이념인줄 알아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거든. 사람 사는 게 어디 수직이나 수평 하나면 가지고 해결이 되냔 말이야. 한쪽에서 엘리베이터로 실어 올리면 누가 가서 그걸 목적지까지 옮겨줘야 제대로 배달이 되지.”

뭐, 이 정도?

 

  • 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폴베다, 열린책들, 2010)

 

책을 덮고, 이 책을 소개해준 후배와 평생 잘 지내리라 마음먹었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그렇게 나의 작가가 되었다.

그는 칠레 출신으로 반독재 반체제 운동을 하다 감옥에 수감되었던 인물이다. 오로지 목숨을 구하기 위해 피노체트의 나라에서 도망쳤고, 그 뒤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하면서 유네스코 기자로 활동하다 독일로 건너간다.

1989년, 살해당한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에게 바치는 소설을 발표한다. 바로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다. 그만큼 무겁고, 중요한 내용인데 이걸 어쩌나. 가볍고, 재밌다. 형용 모순을 한 권의 책에 온전히 담아낸 작가에게 경의를, 아마존에도 경의를.

 

  • 마지막 기회 (더글러스 애덤스, 해나무, 2002)

 

이 책은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감춰두고 나만 읽고 싶은 책이다.

눈물을 머금고 나의 숨겨진 보물을 내놓는다.

<마지막 기회>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더글러스 애덤스가 쓴 멸종위기생물탐사기(여행기)다. 지구가 은하수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마다가스카르,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중국 등 세계 곳곳을 오가며 만난 멸종 위기 생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택할 건지 뿌리칠 건지 골라잡으라 한다.

아, 물론 누구든 당연히 자연스럽게 저자에게 설득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새끼를 임신한 양쯔강 돌고래 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응?)

안타깝게도, 이 유쾌한 협박이 출간된 지 이미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생물들은 멸종위기다. 인류는 이미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 것인가.

 

  • 비보호좌회전(강은주, 동녘, 2015)

 

거짓말했다. 다섯 번은 소리 내어 웃을 꺼라 했는데 이 책은 하나도 웃기지 않다.

대신 소름이 돋는다. 더위 퇴치용으로 최고 아닌가?

게다가 유일한 신간이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 웃기지도 않으면서 시원한 책에 포함되었다. 그만큼 권하고 싶다는 말이다.

“우리가 말하지 않는다면, 위험을 만들고 증폭하는 그들만의 세계에 대해 눈감아 버린다면 우리는 위험한 세계의 공범자다. 우리의 냉소가 자본주의의 몸집을 불리고 위험을 키울 것이다.(중략)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정치가 위험을 결정할 것이다. 당신과 나의 연대가, 더 강화된 민주주의가 삶을 안전으로 안내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삶을 안전으로 안내한다니, 정말 멋지지 않나?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자매품 ‘체르노빌, 후쿠시마, 한국’도 추천한다. 같은 저자의 책이다.

 

  • 서울 여자, 시골 선생님 되다(조경선, 살림터, 2012)

 

두 번째 거짓말. 이 책도 깔깔 웃기지는 않다.

그런데 자꾸 미소가 지어진다.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스물일곱이 될 때까지 서울 살던 저자는 여성농민으로 살겠다며 고흥에 갔고(멀리도 갔다), 한참을 그리 살다가 30대 중반에 교사가 되었다.

이 책은 현직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땅끝’에서 펼치는 삶의 교육에 대한 기록이다.

입 꼬리는 올라가 있는데, 어인 일인지 자꾸 눈물이 고였다. 이오덕 선생님, 임길택 선생님이 떠올랐다. 교육 현장은 지금 푸른 숲인가, 황폐한 사막인가.

“그토록 간절히 오고 싶었던 농촌, 전라도의 끝 고흥, 그리고 학교. 그 숲길을 잘 걸어가고 있느냐고. 나의 열정이 어디에 쓰이고 있느냐고, 나와 학생들과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느냐고 되물어본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교사가 자신과 학생들과 사람들을 불행하게 할리 없다.

 

  •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박상규, 들녘, 2012)

 

참내, 이게 다 엄마 때문이라니, 이런 제목의 책을 누가 읽을까 했는데 엄청 많이들 읽었다더라. 나만 모르는 책이었다니! (당신도 몰랐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게 다 엄마 때문일까? 책을 읽으면 왜 제목이 이 모양인지 알 수 있다.

이건 보장한다. 웃다가 울다가 엉덩이에 뿔나는 책이다.

엄청 웃긴데, 웃다가 애잔해 진다. 어린 내가 떠오르고, 그 시절의 감정이 다 터져 나온다. 어린 나를 안아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 된다.

“이렇게 살다 디져 불란다”던 청계산 보신탕집 ‘오작교’ 막내아들 개천마리는 지금 여자 친구와 함께 영국인가 프랑스인가 그 근처 어디인가에 머물고 있다.

그렇게 살다 디지면, 그것 참 괜찮은 삶이다.

 

  • 기업가의 방문(노영수, 후마니타스, 2014)

 

“학생은 학교로, 노동자는 공장으로.” 이 책은 이 한 줄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 우와! 진짜!” 감탄사를 연발했다. 느낌이 온통 느낌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읽힌다. 말이 쉽지, 쌍끌이어선에 승선한 이야기로 부터 시작해서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까지 막힘없이 ‘글’로 엮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에(게다가 청춘) 이렇게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다는 것도 놀랍다. (그걸 다 기억하고 사는 것은 더 놀랍다.) 순간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나라면 한 줄로 끝낼 상황을 저자는 한 장 가득 묘사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 같이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아, 크레인에는 같이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상상이 될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미래>의 대학버전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극찬이다.

 

  • 배달부군 망명기(조혁신, 작가들, 2014)

 

나는 이 책을 소개할 만한 말을 도저히 못 찾겠다. 그러니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만담이든, 만화든, 판타지든, 무협지든, B급 영화든, 포르노든 상관없이 소설에다 가져다 쓸 수 있는 형식이란 형식은 마구잡이로 차용해 왔다.”

그렇다. 내 탓이 아니다. 도저히 뭐라 말하기 어려운 독특·특이·기발·기묘한 책이다.

상상의 나래를 사회과학적으로 펼친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데 끝이 안 보인다.

저자에게 전하고 싶다. “누가 읽거나 말거나. 세상에 굴하지 마세요. 내친김에 영화도 찍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꺼이 펀드에 참여하겠습니다. 망하거나 말거나”

  • 면장선거(오쿠타 히데오, 은행나무, 2007)

 

지금은 많이 알려진 작가, 오쿠타 히데오. <면장선거>는 내가 맨 처음 읽은 그의 책이다.

나더러 고르라 했으면 절대 쳐다보지도 않았을 부류의 책인데 당시 참여하던 ‘책 읽기 모임’에서 정한 것이라 억지로 읽었다.

이런! 우연히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감동적인 주먹밥을 맛본 기분이었다.

<면장선거>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면장선거’를 둘러싼 이야기다. 참으로 정치적인 책이다. 정치의 거의 모든 것이 녹아있다.

이후 저자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는데, 역시 첫 책이 최고다. <남쪽으로 튀어><야구를 부탁해><공중그네>를 먼저 읽었다면 그 책들을 최고라 꼽았을지도 모른다.

웃고 싶다면 무조건, 오쿠다 히데오!

 

  • 가난뱅이 난장쇼(마쓰모토 하지메, 이순, 2010)

 

제목만으로도 느낌이 오지 않나? 가난뱅이들이 모여 난장을 벌인다. 쇼쇼쇼가 펼쳐진다.

시끌벅적 요란하다. 책 한권 가득 온통 축제와 소동이다. 이름부터 ‘활개치기 대작전’이다.

‘아마추어의 반란’ 가게는 어떤가?

가난하면 조용히 있으라 하는 사회에 “싫거든”이라 한다. 가난뱅이들이 떠들어야 세상이 좋아진다. 가난하니까, 사람들과 만나야 하고, 세상을 향해 소리 질러야 한다.

비명이든 함성이든, 웃음소리든, 그게 뭐든 말이다.

좋았던 건 모두가 신난다는 거다. 집회를 하는데 재밌어. 항의시위를 하는데 웃겨. 우리가 재미 없으면 안 해. 무거운 민주화의 시대를 건너온 나이든 운동권의 뒷통수가 저릿저릿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네 컷 만화와 온갖 데모 사진, 각종 행사 사진이 활기를 더한다.

 

작성 : 정치발전소 부설 <사회정책연구센터>, 20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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