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부재자들의 이스라엘-점령 문화와 팔레스타인‘이라고 한다. 부재자란 그 자리에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있지 않은 사람들을 가리키며 동시에 그 자리에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인 이스라엘의 아랍인 사회를 관찰할 때 항상 일본이 한반도에 해 온 일과 현재 재일 한국·조선 사회의 양상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스라엘의 아랍인들이 지배자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것을 보며, 일본어를 강요당한 부모세대 그리고 자신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가 일본어인 재일한국·조선인의 현실을 겹쳐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본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강화해 가고 있고, 이스라엘이 비유대인이 살기에 더욱 어려운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배외주의(排外主義)가 일본에서 벌어지는 외국인 혐오와 비슷하다며 이스라엘에서 일본이 보인다며 우려를 표한다.
그런데 나는 이스라엘에서 한국 사회를 본다.
몇 년 전 이스라엘의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무심코 시작된 이야기에서 내 또래 젊은이들이 주고받을 법한 농담이나 호기심을 나누다가 팔레스타인 이야기가 나오면 적개심을 가진 눈빛으로 변하던 사람들. 나는 그 눈빛을 한국에서 본 적 있다. 북한이나 공산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엄청난 반공주의자인 나의 아버지가 뿜어내던 눈빛. 미국, 유럽, 아프리카,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유태인들이 모여 있는 이스라엘에서는 반 아랍은 중요한 키워드다. 한때(?) 한국에서 ‘반공’이 그 외의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절대적 국시였듯,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민자로 구성된 이스라엘에게 ‘반(反)아랍’이라는 공통의 정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반아랍을 교육받는 곳은 당연히 군대다.
책의 「흔들리는 징병제」를 보면 한 유태인 남성이 유럽, 아프리카, 서아시아 등 여기저기서 찾아온 다른 성향을 가진 유대인들이 군대 안에서 이스라엘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반아랍 정서를 철저하게 공유하게 되는 곳도 바로 군대라고 말한다. 덧붙여 이스라엘에서 군대란 삶의 기초적인 훈련을 할 수 있는 곳, 자신을 단련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다들 그것을 거쳐 어른이 된다라는 게 전형적 사회 담론이라는 것이다(한국의 군대 담론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런 점에서 4년 전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즈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군대란 가장 좋은 학교이며 군대 안에 대학 캠퍼스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던 말은 적확한 표현인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이스라엘은 닮은 점이 많다. 양국은 같은 해인 1948년 독립했으며 짧은 기간에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는 말도 의미 깊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그 닮은 꼴
나는 시몬 페레스의 말에 이어 한국과 이스라엘의 닮은 점 몇 가지를 더 추가 하고 싶다. 우선 한국과 이스라엘은 둘 다 ‘적’과 경계를 맞대고 있고, 이를 근거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즉 군사화 된 시민권이 자리한 사회다. 책의 「흔들리는 징병제」에서 이스라엘에서 병역은 의무이자 권리로서 ‘군대를 통해 이스라엘 사람이 될 수 있는’것이므로 군대에 가지 않는 다는 것은 사회의 비주류로 살아간다는 뜻이라는 부분을 보면 한국의 결혼 이민자를 주제로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들의 2세들이 꼭 군대에 갈꺼 라며 의지에 찬 표정을 강조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흔들리는 징병제」는 이어서 이스라엘에서 구인광고에 병역필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실제 병역을 마친 사람만 뽑겠다는 뜻이라기보다 아랍인은 뽑지 않는 다는 의미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 부분을 읽다가 픽 하고 웃음이 났다. 실제 한국에서도 구인광고의 병역필 표기가 문제가 된 적 있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실제 병역을 마친 사람을 구한다기 보다 여성을 뽑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용 되서 고용평등법에 위배된다는 문제가 제기된 적 있었다(역시 타자화 전략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책의 「이스라엘의 이슬람운동」의 이스라엘 테러방지법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 법에는 테러리스트 조직이 정의되어 있는데 그 조직을 지원하는 것도 유죄가 된다. 이스라엘은 이 법을 입맛에 따라 적용하고, 이스라엘 국내의 단체가 점령지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도 테러 조직에 대한 지원으로 간주 되곤 한다고 쓰여 있다. 이 설명을 보며 한국의 국가보안법을 떠올리는 건 나의 과도함일까?
또한 저자가 이스라엘이 점점 유태인만을 위한 나라가 되어가는 배외주의에 대해 지적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요 며칠 심지어 이스라엘은 유대인으로 구성된 나라라는 내용을 법안을 승인한다는 뉴스도 들리는 데 여기서도 나는 한국의 현실이 겹쳐보인다. 한국의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의 위치, 그리고 최근 서울인권헌장의 동성애 조항을 둘러싼 혐오 세력들의 만행이나 조용할 날 없이 등장하는 일베의 활동들 말이다. 이스라엘이나 한국이나 그 논리들에는 모조리 '정상, 표준, 순혈'등의 것들이 담겨 있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고 규정된 존재는 모두 부재자가 되는 게 마땅하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스라엘과 한국 정부는 48년 ‘건국’이후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이스라엘은 아랍 사회와 한국은 북한과 경쟁했다. 두 나라는 각각 그 경쟁을 더 할 이유가 없어진 것 같고, 여러 공통점을 공유한 나라로서 이제 서로 비슷한 처지를 경험한 우리 좀 더 친해보자고 하는 것 같다. 90년대 들어 급상승한 한-이 경제, 군사, 학술 교류는 이명박 정권을 거치며 수직적으로 상승하였고, 급기야 한·이 FTA 논의까지 진행시켰다. 내가 각국의 대통령이라도 각자 그 특이한 두 나라를 유지하는 시스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을 만하다.
며칠 전 인천시장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박근혜정부의 핵심국책인 창조경제과 공통점이 많은 이스라엘 창업국가(start-up nation) 패러다임에 큰 관심이 있다"며 협조를 부탁하고, 이에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다양한 컨퍼런스에 인천시의 참가를 통해 양 도시의 보안시스템과 창업기업, 교육 관련한 솔루션을 공유하는 한편...."
그들이 논하는 한국과 이스라엘 이야기에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많은 이들이 가진 정체성의 어떤 부분은 부재자에 걸쳐 있다. 성별, 빈부, 인종, 장애, 성정체성 등등의 부분들. 안타깝지만 이스라엘을 관찰하는 것은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준다. 한국사회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더 이상 연루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뿐 아니라 한국사회 자체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한국과 닮은 꼴 이스라엘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책을 찬찬히 보면 이스라엘 아랍 사회의 현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 현실을 보다보면 저자가 현실을 만나고 해석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저자가 후기에 밝힌 자기 안의 아랍을 자각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이 사회를 다시 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재발견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상당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덧붙임) 타나미 아오에 선생이 한국을 방문 중 이다. 부재자들이 모여 가시화의 역사를 모의해보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일시: 2014. 12.8. 7시30분
장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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