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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논란 속에 선정·건설·허가가 이뤄진 경주 방폐장. 부실 투성이 방폐장은 우리 후손들의 짐이 될 것이다.

금, 2014/12/12- 12:01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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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 선정·건설·허가가 이뤄진 경주 방폐장

부실 투성이 방폐장은 우리 후손들의 짐이 될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주 방폐장 운영허가에 대한 에너지정의행동 성명서

 

어제(12)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주 방폐장(핵폐기장) 운영허가를 승인했다.

1986년 당시 원자력연구소가 내부적으로 핵폐기물 처분장을 검토하기 시작한 이후 28년만이다. 2005년 경주 등 4개 지역에서 주민투표가 이뤄져 경주가 핵폐기장 부지로 선정된지 9년만의 일이다.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 이전부터 우리는 정부의 일방적인 핵폐기장 건설 정책에 반대해 왔다. 핵발전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핵폐기물은 안전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음에도 정부는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해 왔고, 그 결과 만들어진 핵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며 해당 지역주민을 갈등 속으로 몰아넣었다.

 

핵폐기장 부지선정은 핵발전 정책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비롯해 모든 과정이 최대한 투명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1990년 안면도, 1995년 굴업도, 2003년 부안의 핵폐기장 반대운동은 모두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추진으로 인한 것이었다. 2005년 경주, 군산, 영덕, 포항에서 진행된 주민투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부는 지역주민들의 뜻을 직접 물어 민주적인 절차를 따른다고 했지만, 실상은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금품과 향응이 제공되는 관권·금권 주민투표였다. 사상 유래없는 39%에 이르는 부재자 투표와 지역 감정을 자극하는 문구, 명확치 않은 지역지원책 남발 등은 형식적 민주주의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경주 방폐장 부지는 건설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주민투표 당시 핵폐기장 건설이 시급하다며, 2008년 말까지 완공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무려 5차례나 늦춰졌고, 공사기간은 30개월에서 90개월로 늘어났다. 주민투표 당시 문제없다는 지질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따라 공사기간과 완공 계획이 계속 지연된 것이다.

 

단단하지 않은 지반에 건설된 핵폐기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밖에 없지만, 건설과정과 인허가 과정에서 이 부분은 간과되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핵폐기장의 운영기간 역시 늘어나야 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검토되지 못했다.

 

그 결과 경주 핵폐기장은 가장 오랜 기간동안 사회적 갈등을 겪으며 부정의한 방법으로 부지가 선정되었고, 건설공사와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갔지만 가장 부실한 핵폐기장으로 불릴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우리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중저준위 핵폐기장은 최소 300~40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을 차폐시켜야 하지만, 현재의 구조와 지질 조건으로는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고, 결국 인근 지역토양과 지하수, 바닷물을 오염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오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이 결정은 우리뿐만 아니라 이 땅의 후손들에게 부담을 떠넘긴 무책임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경주 핵폐기장의 부지선정 과정과 건설·인허가 과정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기록을 남길 것이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경주 핵폐기장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핵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싸워 나갈 것이다.

 

2014.12.12.

에너지정의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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