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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517 / ⓒ박용훈
1. 들어가기
4대강사업의 하나로 공사가 시작된 영주댐과 내성천을 둘러보기 위해서 2010년 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수몰예정지 내성천에 갔을 때 성공회 천경배신부님이 안내를 하면서 내성천은 사행천이라고 말하였다. 모래가 흐르는 강이라서 사행천이고, 굽이굽이 휘어 도는 강이라서 사행천이라는 것이다. 내성천은 인터넷에서 지형도를 살펴보면 산과 강이 계속 한 몸이 되어 흐르는, 드물게 사행천이 잘 발달한 강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사행천이 가장 잘 발달한 공간, 가장 동적이고 아름다우며, 생태적으로도 풍요로웠던 계곡들이 늘어선 공간을 뚝 잘라서 영주댐을 지었다.
2015 0517 / ⓒ박용훈
수몰예정지의 계곡들은 이미 크게 파괴되었지만, 이곳과 인연을 맺은 꼬마물떼새 등 물새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만약 올해 담수를 시작하면 이곳의 물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늘 예상하기 쉬운 답은 “알아서 살 곳을 찾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영주댐에서 떨어진 중류의 한 계곡을 올 봄과 여름 비교적 자주 찾았다. 그리고 가만히 서서 또는 앉아서 지켜보는 시간을 가졌고, 사진을 여러 장 얻었다. 이 계곡에서 본 것들은 물론 이 계곡에만 있는 것들은 아니다. 내성천의 다른 여러 계곡들에서도 대부분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2015 0411 / ⓒ박용훈
2. 진달래꽃
4월 중순, 강가 절벽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언제나 강변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가 소설 같다면, 봄날 흐르는 강물 가에서 잠깐 피고 지는 꽃은 한편의 시다. 늘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한 컷 찍고 돌아섰는데 이번 봄에는 흐르는 강물을 함께 넣고 싶었다. 조심조심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가슴이 조금 뛴다. 그야말로 수류화개!
“물 흐르고 꽃피는 자리/ 가보면 기쁠 자리/ 마음에 언제나,/ -水流/ -花開/
이철수화백의 판화 · 글 모음집인 『소리 하나』에서 제일 좋아하는 문구이다. 신영복선생님은 그의 책 『담론』을 마무리하면서 그가 좋아하는 글귀를 소개하였다.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또 다른 수류화개이다.
물 흐르는 것과 꽃피는 것을 같이 묶는 뜻은 무엇일까? 물이 흐르는 것과 꽃이 피는 것은 서로 다른 일 같거늘 어찌 하나로 보는? 것일까? 어쨌든 한때 이 땅 어디서도 흔하였을 그 자리 그 모습은 이제 찾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 마음은 어떨까? 흐르는 강물도, 그 위에 피는 꽃도 점점 사라지는데...
2015 0509 / ⓒ박용훈
3. 수달
딱히 수달을 보려고 자리를 잡았던 것은 아니다.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산기슭 한 곳에 자리 잡고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달이 자기가 남겨놓은 발자국 옆으로 지나갔다. 아주 유유히. 시야가 넓게 확보되지 않아서 아주 잠시 뿐이었지만 가슴이 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난해 가을 한일시민조사단이 낙동강에 이어 내성천 회룡포를 찾았을 때, 갑자기 일본의 하천전문가들이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으며 집중하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갔더니 수달의 발자국이었다. 일본에서는 하천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로 수달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내성천에서는 흔한 수달의 발자국이지만 이미 천연기념물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등록되어 있고, 한국의 강에 대한 막개발은 정도를 한참 넘었다. 우리의 강에서 수달을 언제까지 보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2015 0510 / ⓒ박용훈
4. 갈겨니
느긋하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강가 바위에 앉아 느긋하게 바라본다. 피라미아과의 한 종으로 눈에 빨간 점이 있는 갈겨니이다. 어류도감에는 10~17cm 크기라고 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갈겨니들은 더 커 보인다. 한 여름 물샐 틈 밖에 없는 쌍 끌이 그물에 걸려들지 않는다면 이 계곡에서 이들만큼 여유 있는 생을 누리는 것들은 없어 보인다.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다가는 힘을 풀고 4~5미터를 뒤로 쭉 빠졌다가 다시 슬금슬금 올라온다. 떠내려 오는 것들에 입을 갖다 대기도 하고, 부착조류나 수서곤충 유충을 먹으면서 산다. 물은 아직 그런대로 맑고 먹을 것은 천지이니 물고기들이 크고 살지지 않을 수 없다. 먹이 사슬의 최상층인 수달이 이 강에서는 어렵지 않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이 강에는 아직까지 수달 발자국이 천지이다.
2015 0616 / ⓒ박용훈
5. 수서곤충
연체동물인 다슬기는 내성천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애반딧불이 유충이 먹이로 삼는다. 다슬기 등에 붙어있는 것은 세갈래하루살이 유충으로 보이는데 이 수서곤충은 내성천에는 한마디로 바글바글하다. (몇 년 전에는 수몰예정지에서 날도래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가 어렵다) 이런 저런 곤충의 유충을 갈겨니 등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수달이 먹는다. 그러니 수달이 이 강에 넓게 분포하는 것은 사실 이런 곤충의 유충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이사슬이 안정적인 것이다.
여주 남한강에서는 4대강사업 이후 하루살이가 창궐하여 골칫거리라고 한다. 대형구조물이 강을 가로막아 물 흐름이 정체되면서 생기는 일 같지만, 만약 강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깨어진 것도 한 원인이라면 하루살이의 창궐보다 더 심각한 수중생태계의 파괴(이미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지만) 및 생태계 균형의 훼손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비전문가의 단순한 추측이다.
2015 0526 / ⓒ박용훈
6. 원앙
천연기념물인 원앙은 내성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새인데, 특히 이산에서는 영주댐으로 강변의 큰 나무들을 베기 전까지는 다른 새들과 함께 무리지어 유유히 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번식기인 봄에는 종족을 이으려는 본능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보다도 앞서서 수컷은 화려한 색을 띄다가 여름이 오면 다시 밋밋한 색으로 돌아간다. 내성천에서 원앙의 이런 저런 모습을 보았지만 새끼들이 나무 둥지에서 한꺼번에 뛰어내리는 이소의 현장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작년 KBS 코리안지오그라피에서 내성천 4계절을 작업하면서 이소현장을 카메라로 잡아 보여준 적이 있다) 그것은 아마 직업의식이 투철한 전문 영상인 또는 덕을 많이 쌓은 시골 주민들에게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느 날 강가 산기슭을 올라 비스듬히 서있는 큰 나무에 기대어 맑은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무엇인가가 지나갈 것 같은 느낌에 카메라 노출을 세팅하고 마냥 기다리다가 갑자기 발치에 작은 식물이 용수철처럼 줄기를 스스로 휘어감은 것을 보았다. 무료함에 한두 장 찍을 요량으로 노출을 다시 바꿨는데, 마침 “삐~오 삐~오” 하고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서 강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원앙 수컷 한마리가 강물을 따라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카메라를 돌려 찍는 순간 노출을 그대로 둔 것이 생각났지만, DSLR의 강한 셔터음에 놀란 원앙이 황급히 날아간다. 집에 돌아와 노출보정이라도 해보려 하지만 이미 날아간 밝은 부분이 돌아올 리 없다. 맑은 강물에 겹쳐지는 총천연색의 원앙 모습이 아쉽지만, 그냥 놓고 보니 텅 빈 이 모습도 그런대로 괜찮다.
2015 0517 / ⓒ박용훈
7. 유혈목이(꽃뱀)
유혈목이는 내성천에서 흔히 보는 뱀이다. 유혈목이의 독니에 물리면 치명적이라고 하여 조심하지만, 모래톱에 풀이 창궐한 지난 해 여름부터 유혈목이를 강 안쪽에서 보는 경우가 잦아졌고, 근간에는 내성천에서 하루 한번 꼴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풀이 난 모래톱에서 밟을 번하여 서로 놀란 적이 있다. 한 여름 달궈진 커다란 모래톱을 맨발로 걷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 뱀에게도 썩 즐거운 일은 아닐 듯싶다. 그렇지만 모래톱에 풀이 많이 들어오면서 뱀으로서는 몸을 숨기면서 쉽게 이동할 수 있을 테니 먹이 활동 영역이 커질 것이고, 반면 작은 물새들은 시야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둥지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풀이 무성하면 부화를 위해 충분한 햇빛을 받아야 하는 데에도 불리하다. 모래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강 생태계의 변화이다.
2015 0617 / ⓒ박용훈
8. 강변 버드나무가 품는 것들
강변에 서있는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버드나무는 새들이 꽤 많이 찾는다. 바로 옆으로 아주 작은 지천이 들어와서 그런지 새들 교통로의 요지인 듯 보인다. 어치, 찌르레기, 쇠딱따구리 등 적당히 크고 작은 새들이 이 나무를 즐겨 찾는다. 강변의 나무가 수서곤충이나 물고기들한테만 집이나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모래와 함께 강생태계의 큰 집 또는 허브이다.
2015 0526 / ⓒ박용훈
어느 날 이 나무를 살펴보다가 어른 손바닥보다 작은 새 한 마리가 부리에 애벌레를 여러 마리 물고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다니는 것을 보았다. 먹여야 할 새끼가 있는 것이다. 어떤 새이건 한 번에 둥지까지 가지는 않는다. 이제까지 본 바로는 그렇다. 조심조심 구멍 있는 곳으로 와서는 아주 잠깐사이에 먹이를 물려주고는 다시 날아간다. 이 나무에서 따닥따닥 소리가 났던 것은 쇠딱따구리 새끼가 먹을 것을 보채느라고 둥지 안에서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였던 모양이다.
2015 0526 / ⓒ박용훈
같은 나무에 둥지를 튼 또 하나의 생명이 있다. 이 애벌레의 성충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귀엽게 생겼다. 이 애벌레가 새들의 집결지 같은 이 나무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꽤 재미있는 일이다. 부디 잘 살아서 한 여름 하늘을 멋있게 날아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2015 0526 / ⓒ박용훈
같은 날 유혈목이가 슬그머니 이 나무의 한 가지를 타고 오르는 것을 목격하였다. 내 새끼는 아니지만 철렁하여 다시 살펴보니 그새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보이지를 않는다. 유혈목이가 내가 쇠딱따구리를 관찰하는 것을 보고 나무를 오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오른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 세 종류의 천적관계 생명이 모두 이 여름을 잘 나기를 바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바람일까?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이 나무를 찾았을 때 둥지 구멍 옆으로 거미줄이 쳐있었고, 새끼가 먹이를 받아먹던 동그란 구멍 밑으로 다시 기다랗게 큰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였다.
4대강사업이 강변의 나무들을 베거나 뽑아버리고 그 강변에 새로 나무를 심은 것은 익히 아는 일이지만 영주댐 수몰예정지의 약 18km 구간 양안에서 나무들이 베어졌다. 그로 인해 전세대란이 생긴 것인지 지난해 여름에는 이산의 한 할머니 집 밤나무 구멍에 원앙이 둥지를 튼 것이 발견되어 한 방송프로그램이 촬영하기도 하였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원앙의 서식처 선호도를 기준으로 할 때 완공 시 발생하는 저수화는 원앙의 번식생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술하였다.
2011년 늦가을, 예천군은 내성천 하류 25km 일대 제방의 버드나무들을 거의 모두 베어냈고, 자연절벽 쪽에 자리 잡은 나무들 정도만이 그 화를 피했다. 베어진 나무들 중에는 아름드리 나무도 꽤 있었으니 일상적인 관리로 보기는 어려웠다. 나무가 베어진 제방구간의 상당부분은 몇 년 후 국토부가 시행한 내성천 국가하천구간 정비사업의 자전거도로와 일치하였다. 강변의 나무들을 서슴없이 대규모로 베어내는 일, 괜찮은 걸까?
한편 모래가 빠지면서 작년 여름부터 내성천 모래톱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나무들은 올 봄에는 개체수가 부쩍 늘어난 것을 어디에서고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봄날 석탑교를 같이 건너던 한 할머니는 “강이 곧 산 된다”고 말하였다. 평생을 강가에서 사신 할머니의 무덤덤하지만 칼날 같은 표현이다. 강변 제방의 나무는 그렇게 베면서 강 생태계의 균형을 흔들어놓을 이 변화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21세기 한국의 하천관리 방식일까?
2015 0617 / ⓒ박용훈
9. 흰목물떼새
내성천 물가에는 여러 작은 새들이 보이는데, 꼬마물떼새, 알락할미새, 검은등할미새, 노랑할미새 등이 자주 눈에 띄고, 흰목물떼새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도요새들도 전 구간에 걸쳐 보이기는 하는데 가장 예민한 종이다.
이 계곡을 살폈을 때 흰목물떼새 둥지 세 개, 꼬마물떼새 둥지 1개, 알 수 없는 새알의 버려진 둥지 1개를 발견하였다. 이 계곡에서 야영을 하다 보니 흰목물떼새의 한 둥지에서 날을 바꾸어서 알이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이 일대에 대한 생태지평의 모래톱 생태계 드론 기록 차 다시 왔을 때는 (이때는 포란 예정일(24~28일) 하루 전이었다) 하나도 부화 흔적이 없다가 다시 닷새가 지나서 왔을 때는 꼬마물떼새 알을 제외하고 세 둥지 모두 부화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시 야영을 하면서 동물들을 관찰하던 셋째 날 아침 우연히 강변 쪽 모래톱에서 새끼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아마도 제일 늦게 알에서 깨어난 막내가 아닐까 싶었는데 운이 매우 좋아서 보았지 싶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위장이었다.
강변 모래톱에는 고라니 등이 이동하면서 파놓은 수많은 작은 예비 둥지가 있고, 어미는 갓 태어난 새끼들을 곧 이 예비 둥지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게 하는 듯싶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이 새끼는 발견될 때 절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어미가 꼼짝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는 모양이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문양의 위장 색을 지닌 새끼를 발견하는 것은 알을 보는 것보다 더 어려운데,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새알이나 새끼를 찾겠다고 뜨거운 여름 넓은 모래밭을 헤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들의 천적인 뱀이나 작은 포유류의 경우 눈높이가 모래바닥과 거의 일치하므로 이들을 찾겠다고 뜨거운 모래톱을 기약 없이 돌아다니다가는 에너지가 고갈해 제가 먼저 죽기 십상일 것이므로 좀 더 생산적인 행동에 시간을 쓸 것이다. 이들이 수천 년 수 만년 모래톱에서 종을 유지해온 이유의 하나이겠다.
흰목물떼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법적 보호종이다. 이 새가 멸종위기로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존에 필요한 충분한 위장 능력이 있다면 말이다. 아마도 그것은 강변에 대한 대대적이고 무분별한 인간의 훼손 행위이다. 지자체의 지속적이고 과도한 골재채취 등에 이어 아예 강변 모래를 들어내는 4대강사업만큼 이들의 종을 위협하는 것은 없다. 그렇게 보면 이 시대의 사람들이야말로 위장능력을 가진 흰목물떼새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가장 큰 천적이다. 모든 다른 동물들에게 사람이 그런 것처럼. 이제 영주댐으로 모래가 줄어들고 강 생태계가 변하는 상황에서 내성천의 흰목물떼새는 강모래 속에 사는 흰수마자와 함께 가장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2015 0617 / ⓒ박용훈
10. 모래톱의 곤충들
날씨가 더워지며 메뚜기들이 보이는 정도가 부쩍 늘어났다. 모래밭에 무슨 메뚜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모래밭에 곤충이 의외로 많다. 거미도 흔하고, 참뜰길앞잡이도 모래밭을 따라 저공 수평 비행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이 잡아먹을 곤충이 많다는 증거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산에서 있어야 할 사슴벌레 종류가 강변 모래톱에서 보이기도 한다. 메뚜기도 색이 한 가지가 아닌데 메뚜기들도 새알처럼 보호색을 하고 있어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간다.
메뚜기들이 많이 보이는 시기와 흰목물떼새 알이 부화한 시기가 같은 것이 우연은 아닌 듯하다. 팀 버케드 지음 『새의 감각』은 새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자각, 정서 등을 다루는데, 사람과 달리 새들은 지구 자기장을 보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새가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하면서 이전에 지내던 장소를 정확히 찾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당연한 일이라서 수록하지 않았겠지만 새들은 이런 감각 능력 외에 때에 대한 감각을 가졌다. 이를테면 철따라 이동을 하는 새들은 목적지의 물 때(유황)가 어떤지를 알고 있어야 낳은 알이 자칫 우기에 불어난 강물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새끼들이 부화하면 충분한 먹을 것이 주변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새들은 먹잇감이 되는 다른 생명들의 생명주기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겨울이 되면 춥기도 하겠지만 먹을 곤충이 사라지니까 다시 따뜻한 곳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모래가 사라지면 당연히 모래에 서식하는 곤충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들을 먹고 살아가는 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모래톱이 사라진다고 하는 것이 단순히 모래톱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2015 0615 / ⓒ박용훈
11. 계곡 작은 바위
계곡 물가 큰 바위 앞에 물 위로 작게 솟은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 작은 바위 주변으로 물이 늘 회오리진다. 이 두 바위 사이가 제법 깊은데, 팔뚝만한 물고기부터 손가락 크기의 물고기까지 여러 물고기가 보인다. 원앙들이 이곳에서 첨벙첨벙 더위를 식히는 목욕을 하기도 하고, 물총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정지비행을 하다가 쏜살같이 물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낚은 후 둥지를 향해 날아가기도 한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이 작은 바위가 작은 새들의 중요한 쉼터라는 것이다.(꼬마물떼새나 흰목물떼새는 이곳에 앉지 않고, 할미새 따위가 주로 이용한다) 새들은 이곳에서 종종거리며 걷다가 깃을 다듬기도 하면서 잠시 쉬는데, 워낙 표면적이 작아서 그런지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작은 바위를 차지한 놈은 의기양양해서 날개를 쭉 펴보기도 하다가 이내 날아가 버린다.
바위 쪽 숲 그늘에 숨어 앉아 내려 보다 보니 다시 4대강사업이 생각난다. 그 많던 하중도를 다 없앴으니 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강에는 돌 하나라도 의미 없이 놓여있는 것이 없다.
2015 0616 / ⓒ박용훈
12. 강변의 나비들
나비는 어렸을 적 살던 동네의 추억 속으로 안내하는 고마운 놈이다. 우리 집에도 나비가 당연히 날아다녔지만(그 시절 나비나 잠자리는 동네에서 흔한 곤충이었다. 남산이 가까웠던 때문인지 언젠가 족제비도 집안을 들락거리다 키우던 개에게 들켰다. 불쌍한 족제비...) 우리 집 화단은 나에게는 너무 높았던 탓에 나비에 대한 즐거운 기억은 윗집 옆집의 딱 내 눈높이의, 그래서 나도 그 안에 들어가 놀던 넓은 꽃밭을 여기저기 날아다니던 노랑나비 흰나비에 있다. 나풀거리던 나비들은 한때 꿈에서도 나를 즐겁게 했는데, 이제는 그 시절 자체가 아득한 꿈속 이야기가 되었다.
나비들은 꽃의 꿀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광물질을 통해서도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꽃에서 얻는 꿀은 필요한 에너지의 일부라고 한다. 강변 모래밭에 나비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본다면 그것은 휴식이 아니라 수분이나 몸에 필요한 영양을 얻기 위한 것이다. 다른 곤충들에게서처럼 모래톱이 제공하는 에너지는 나비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며칠 전에는 꼬리명주나비 20여 마리가 이 계곡 하류 약 15km 일대 제방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나는 것이 보이더니 오늘 이 계곡 상류 모래밭 경계에서 왕은점표범나비가 잠시 꽃에 앉아 사진 찍을 시간을 윤허한다. 이제는 귀하신 몸이 된 나비야, 너를 잘 보여줘서 고마워! 옥체보전하시고 늘 건강하렴~
글과 사진 : 박용훈(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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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회원이신 박용훈 님이 사진과 글고 강 소식을 전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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