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서울을 바라는가?
오늘로 민선6기 서울시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된다.
2011년 보궐선거로 서울시장에 취임한 박원순 시장의 2기 서울시가 열린지 100일 되는 날이기도 하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의제로 주민투표를 실시했을 당시 '무상급식 찬성' 운동을 함께했고 그 해 치뤄진 보궐선거에서도 서울지역 야당들과 함께 공동의
'정책공약'을 만들고 합의했던 당사자이기도 했다. 그만큼 서울을 바꿔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었으며 노동당이 바라는 최대치는 아니어도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지는 '토건서울'을 바꾸는데, 공공부문이 양산하고 있던 비정규직의 흐름을 단절하는데 새로운 서울시장이 충분히 그 역할을
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난 1기 박원순 시정이 보여준 모습은 마을만들기, 도시농업,
뉴타운출구전략 등 새로운 서울시 행정의 전환을 보여주기도 했고 2차에 걸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으로 사실상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산콜센터 문제에서 드러났듯, 400건에 달하는 민간위탁사업장의 노동여건은 '사업비 절감'과 '관리의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형편이다.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 뉴타운실태조사 역시 너무 높은 해제 요건으로 인해 사실상 '사업 명분'만
개발세력에게 안긴 채 지역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오세훈 전 시장의 대표적인 토건행정이었던 세빛둥둥섬의 문제를 민간사업자의
지체상금을 '재투자' 명목으로 회생시킨 것이나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한강개발 계획에 대해 적극 호응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를 떠오르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막대한 보조금을 버스사업자에게 주면서도 제대로된 감시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버스준공영제를 방치하고 있으며, 민간투자사업의 한계를 그대로 둔체 '시민펀드'라는 대증요법으로 모면한 지하철9호선 문제 역시 떨떠름하다.
소문만 무성한 '잔칫상'에
불과한가?
1기 박원순 시정에 참여했던 이들은, 위와 같은 평가에 대해
한결같이 "보궐로 뽑힌 시장이라 힘이 없어서 그렇다. 재선이 되면 새로운 서울시의 비전과 사업들을 펼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과연 그런가.
이미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전문가들도 무리라고 평가한 '경전철 10개 노선 건설'이 2기 박원순 시장의 공약에 버젓이 들어가 있었다.
또한 대중문화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토건사업을 예정하고 있으며, 제물포 지하도로, 잠실주경기장 주변 개발사업, 창동 차량기지 개발사업 등
민자사업으로 전제된 사업 역시 부지기수다.
이런 한계는 취임 이후 100동안 불거진 사례에서도 여실히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다산콜센터 문제다. 2012년 12월 2차 대책 발표 이후 2년이 넘도록 민간위탁 사업장의 노동조건에 대해서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이 약속한 여성감정노동에 대한 후속조치 조차도 민간사업자에 의해 방치되었다. 결국 서울시의 노동에
대한 전근대적 시각이 노동조합의 파업을 불렀다. 또한 취임 직후부터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송파 싱크홀 사태는 어떤가. 결국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임시개장을 허가해줌으로서 사실상 민간사업자의 부담을 떠안았다. 한시적이라는 말을 붙이긴 했으나,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장이 그
'한시적'인 기간동안 있을 수 있는 시민안전사고보다 롯데와 같은 대기업의 돈벌이를 봐주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서야 지하지도를
만들겠다고 100일 인터뷰를 하는 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신뢰가 가기 보다는 사후약방문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서울역 고가 문제와 광화문 광장 이전 문제 역시 접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인터뷰에서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며 인근
상인들의 걱정을 일축했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박원순 시장이야 말로 도심 내 대규모 개발이 인근 주거 및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서울시가 인용하고 있는 미국의 하이라인의 경우에는 "어떻게 선의가 대중에게 야만적일 수 있는가"라고 언급될 만큼
그림자가 짙다. 45년간 장사를 하던 동네 상권이 붕괴되고, 오랫동안 살아왔던 주민들의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결국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공원이 부동산개발업자와 기업에게만 도움이 된 셈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에 대해 "뉴욕 하이라인에는 연간 400만명이 방문하는데, 서울역 고가는
그보다 많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하이라인에는 '관광객의 시선'이 지역 공동체를 훼손하는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관광객의 시선'이 아니라 '서울시민의 시선'을
되찾아야
노동당 서울시당은 1000만 인구의 대도시 서울이 여타
중소도시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믿을 만큼 순진하진 않다. 다만 도시행정의 기본적인 원칙만은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과거 이명박-오세훈 시장이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외부자' 혹은 '관광객'의 시선으로 서울시를 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도시개발은 '조경'이 되어버리고 도시정책은 '비지니스'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시민들의 구체적인 '삶'은 효율성과 수익성이라는 숫자에 지워진다.
하지만 구체적인 서울시민들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 살던 곳에서 오래 살고싶고, 장사하던 곳에서 오래 장사를 하고 싶어한다. 서울시내 곳곳을
경제적, 물리적 장애물없이 다니고 싶어하며 서울시민임을 자랑스러워 하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원순 시장의 2기 100일 인터뷰라고
언론지상에서 보도된 이야기는 '함량 미달'이다. 도대체 박원순 시장이, 민선 6기 서울시가 어떤 서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박원순 시장 스스로가 딛고 일어섰던, 혹은 '전환'했다고 믿었던 그 지점에 다시 서있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토건 서울'의
모습이고 '행정 일방'의 모습이며 'CEO 시장'의 모습이다. 과연 달라졌는가?
미안하지만, 노동당서울시당 입장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취임
100일을 그렇게 기뻐해야 할 일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논평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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