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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우리 모두는 '소작농'이다: 강남역 라떼킹 강제집행 시도에 부쳐

금, 2014/10/17- 13:15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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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우리 모두는 ‘소작농'이다

 

- 강남역 라떼킹 강제집행 시도에 부쳐 - 



1987년 민주헌법 이후 우리는 한 가지 상식, 그것이 모든 불평등을 해소해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노력한 만큼은 얻을 수 있가는 땀과 노력의 신화를 가지고 있다.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의무교육과정을 통해 교육받고 부모세대의 희생으로 대학에 진학하면 그 다음부터는 그 한세대를 넘어선 노력의 보상이 반드시 있을 것이란 믿음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땀과 노력의 상식이 너무나 쉽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애써 공부해도 평생 등록금의 짐을 해결하기 어렵고, 열심히 직장을 다녀도 집값의 짐을 덜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제 2만달러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정부예산도 어렵다 어렵다 해도 매년 늘어 나고있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땀과 노력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 상가임차인에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오히려 이들에게 익숙한 것은 1987년의 민주헌법이 아니라,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소작농의 삶일 것이다. 평생을 자신의 땅떼기 하나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노예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그 소작농들이, 이제는 조선시대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상가임차인에 대한 약탈적인 상가임차관계이다. 우리나라 자영업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임차상인들이다. 국가나 기업이 막대한 재산을 불려가면서도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 자구책으로 자영업에 나서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땀과 노력, 매력 있는 아이템과 아이디어가 자신들의 성공과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임차상인들의 성공은 오히려 로또와 같은 도박의 운에 맡겨져 있다. 단적으로 임차상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가 누구냐는 것이다. 착한 건물주라면 법에서 보장된 임차인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해줄 것이고, 나쁜 건물주라면 법에서 보장된 임대인의 권리를 최대한 악용할 것이다. 똑같은 법을 통해서, 상가임차 관계는 조선 시대와 21세기 서울을 오간다. 

오늘 강남역 라떼킹에 모인 사람들은 우리가 여전히 말도 안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라떼킹이 입주해 있는 서울빌딩의 소유자는 그 건물을 재건축해 자식에게 대물림을 하고자 한다. 월급쟁이로 살다 퇴직금을 받고, 은행 대출을 끼고 10평짜리 가게를 얻은 이의 평생 노력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졸부 2세의 빛나는 출발선보다 못하단 말인가. 이게 민주공화국이고, 봉건시대를 넘어선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란 말인가? 


라떼킹에 방문한 경찰과 법원 관계자는 ‘법'을 운운했다. 마치 자신들은 신성한 법을 집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인간의 상식이 멈춰진 양 태도를 취했다. 그렇다면 뭐하러 이들이 필요한가? 우리는 법조문을 해석해서 빠르게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법기계를 만들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폐단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강남역 한 가운데서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만행에서, 더이상 땀과 노력의 가치가 통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본다. 현행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지금보다 더 보호의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건물주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저 ‘재건축할 것이다'라는 의사표명만으로도 계약의 일방적인 해지가 가능한 법규정으로는 임차인 누구도 보호할 수 없다. 건물주의 권리는 건물을 소유하는 데서 나오는 권리이지,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의 권리 특히 생존권을 침해할 수 있는 권한까지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건물주의 소유권이 임차인들의 생존권을 침해해도 침묵해야 하는 현행 법령은 ‘서로 사는데’ 도움이 되는 법이 아니라 ‘칼 가진 사람에게 총을 쥐어주는' 해괴한 법이다.


노동당서울시당은 국회니 정부의 ‘선의’나 ‘동정' 따위에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상가임차인의 눈물겨운 삶보다, 법조문 안에서 빛나는 재산권이 조금이라도 훼손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이들임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상가임차인 스스로의 힘으로, 현행 법령을 넘어서는 상식과 양식에 기댄 행동을 구상하고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법과 제도를 바꿔나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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