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경비노동자의 고통에서 오는
아파트의 편리함은 폭력이다
-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분신사건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 발족에 부쳐 -
한창 뉴타운 재개발이 기승을 부리던 2010년, 당시 오세훈 시장은 단독주택지역에 아파트와 같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휴먼타운'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업에서 '아파트의 편리함'이라고 언급되었던 내용인데, 일차적으로는 경비에다 택배물건을 맡겨 둘 수 있는 것 정도가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눈치챘겠지만 아파트의 편리함이라고 언급된 것은 모두 아파트라는 '건물'의 특징이 아니라, 그 안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경비 노동자의 일과 연관된다. 즉, 우리가 아파트생활의 편리함이라고 언급하는 것의 많은 부분이 바로 경비노동자의 노동에 기대어 있다는 말이다.
지난 10월 7일 발생한 아파트경비원의 분신은, 이들의 노동으로 유지되었던 아파트생활의 안락함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이 되어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해당 노동자의 빠른 쾌유를 염원하면서, 이 문제가 단순히 일부 주민들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통상적으로 아파트경비와 같은 노동자를 '감시/단속 노동자'로 분류한다. 노동부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서 감시노동자란 "비교적 피로가 적고 힘들지 않는 감시업무를 주로 하는" 직종이라고 설명된다. 바로 이런 노동부의 정의 탓에 지금까지도 아파트경비노동자들은 우리사회 노동자의 가장 낮은 임금기준인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원래 2012년부터 최저임금 적용 100%로 전환되는 것이었지만 그나마 3년을 연기해 2015년, 즉 내년부터 적용될 처지다. 다른 노동자보다 더 오랜 시간 일을 하면서도 다른 노동자들이 적용받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다니, 이는 숫제 노예를 부린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현행 우리나라 법제도가 이를 조장했다. 정리하자면 신반포아파트에서 발생한 경비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경비노동자를 통상적인 노동자의 예외로 규정한 법제도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사회적 지위는 해당 개인에 대한 존중감에 바탕이 된다. 적어도 입주민과 경비노동자가 동일하기 위해서는 동등하게 법적 지위를 향유해야지만 가능하다. 그런데 아파트경비노동자를 '하층' 노동자로 취급해놓고 이를 마구 대한 일부 주민들의 문제로 넘어가는 것은 곤란하다.
더구나 현재 아파트경비노동자가 하는 일은 일개 노동부 서기관이 책상에 앉아서 '공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채용정보사이트인 [사람인]에 구인광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경비노동자의 업무는 '아파트 환경정리, 주차 관리, 주민민원처리 등'(동대문구 서울00아파트), '아파트 순찰 및 보안, 택배 및 주변 정리정돈'(서초구 반포00000아파트) 등이 기본이다. 노동부의 말대로 이런 일이 '비교적 피로가 적고 힘들지 않은 감시업무'에 포괄되는가? 그렇다면 현재 아파트입주자협의회는 업무 외 노동을 강제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되는가? 결국은 노동부가, 그리고 서울시가 해당 자치구가 서류 속의 '감시/단속 노동자' 정의에만 갇혀 이번 사고를 방치했다.
다른 한편 우리는 아파트 생활하기의 안락함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한다. 앞서 말한대로 2011년 최저임금 100% 적용이 3년 유예된 데에는 소위 전국입주자대표자회의연합회라는 단체가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전국 12% 정도에 달하는 경비노동자들을 해고할 것이라 협박한 탓이 크다. 게다가 정부는 이런 입주민들의 뻔뻔함을 탓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비노동자들의 해고를 우려하는 척, 최저임금 적용을 유예했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이번 공대위 참여를 통해서 그동안 관악 지역 등에서 실시해온 아파트경비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활동을 더욱 고민할 것이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 적용과 함께 자행될 수 있는 법적 권리 침해와 관련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안락함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방치하면 그것은 그대로 우리의 고통을 방치하는 타인의 무관심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입주자 대다수가 노동자인 주민들이 아파트 안에서는 주인처럼 군림하면서 자신의 직장에서만 '노동자의 권리'를 떠드는 것은 우습다. 아무쪼록 이번에 출범하는 공대위가 해당 경비노동자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나아가 정부의 편의적인 구분에서 비롯된 감시/단속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회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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