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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논평] '타살'이 '자살'로 둔갑하는 사회, 무엇을 할 것인가?

금, 2014/11/07- 12:07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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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 입주민의 모욕적인 행동과 말 때문에 분신을 시도했던 경비노동자가 결국 오늘 오전 9시 30분에 생을 달리했다. 제발
하늘나라에서는 계급도 계층도 없이 평등하게 계셨으면 좋겠다. 명복을 빈다. 또한 어제 한 언론보도에서는 악성 민원을 전담하는 이동통신사
부서의 상담노동자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어이없는 민원이나 욕설, 항의에도 불구하고 고객이라는 한 마디에  파리목숨과 같이 해고되는
상담노동자의 처지에 가슴아프다. 제발 하늘나라에는 고객도, 상담사도 없이 인간 대 인간의 연대감만 있었으면 좋겠다. 명복을
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분신사건은 우발적인 것도, 예외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과 차별이 죽음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 뿐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원래 정해진 감시업무 외에 주차관리나 택배 배송, 그리고 관리사무소에서 별도로 요구하는
민원업무를 하도록 해도 알량한 일자리를 잃을까봐 짐승처럼 살 수 밖에 없었던 노동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스스로도 노동자이면서 다른 노동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쥔 듯 군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자본주의의 천민성이 그대로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여전히 경비노동자에게 모욕감을 주었던
당사자는 사과를 거부하고 있으며, 현직 부장판사가 참여한다는 신현대아파트의 입주자대표자회의는 아예 경비회사와 계약을 종료하고 경비노동자들을
해고하겠다고 나섰다. 명백히 말하지만 이것은 신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집단적으로 자행한 '타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지 않으면 오늘,
경비노동자의 죽음은 한번의 가슴아픈, 그저그런 비극적인 소식들의 하나로 기억되다 잊혀지고 말 것이다.



 



불쑥 뉴스를
통해 알려진 이동통신사 상담노동자의 죽음 역시 절망감을 안긴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겨울문턱 차가운 한강바람을 맞으며 여의도 LG타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이동통신사 비정규직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고객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상담노동자와 수리기사노동자들은 일단 팔고나면
끝인 원청과 사정이 다르다. 매번 욕설과 무리한 요구에 대해 변변히 대항할 수도 없는 이들 감정노동자들은, 고작 고객의 말 한마디에 생계가
날라가는 파리목숨이다. 우리나라 어떤 대기업 중에 소비자에게 피해 주었다고 해서 경영진이 사퇴한 적이 있는가? 이들은 번듯한 사무실에서
책임지지도 않는 성과를 근거로 막대한 연봉을 누릴 때, 정작 판매한 물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일을 수행하는 감정노동자들은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린다. 이 역시 팔면 그만이라는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천민성을 보여준다. 고객이라곤 물건을 팔 때만 마주하는 우리 자본주의의 부박함은 막대한
비정규직들의 노동착취 위에 세워졌다. 그래서 다들 견디는데 혼자서 죽은 것으로 이 죽음을 내몰기엔 기업의 책임이 너무 크다.



 



혹자는 연일
들려오는 자살 사건에 대해 '지긋 지긋'하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죽음탓이다. 하지만 노동당 서울시당은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이 죽음들은,
자살이라 불리는 그 죽음들은 타살이라고 말이다. 단순히 어느 특정한 시기에 벌어진 우발적이거나, 어떤 특이한 성격에 기인한 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이 땅의 노동이, 그 안에서의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가, 이를 통해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 자본주의가 이룩한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잇단 죽음을
막는 방법은, 감정노동자에게 감정힐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사이코패스와 같은 무공감자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새롭게
만드는 것에 나서는 것 밖에는 없다. 가장 먼저는 노동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임금과 고용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에 맞춰져야지 알량한
기업의 수익에 맞춰져서는 안된다. 노동당 서울시당은 미력한 조직이지만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어떤 갈등도 받아들이겠다. 그래서 두
분의 죽음을 그깟 '한숨' 한번에 날려버리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다. 잘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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