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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0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난 해 12월 8일부터 매일같이 서울동부지검 앞을 찾았다. 그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종신조합장'으로 운영되는 가락시영재건축 사업의 비리를 빨리 수사해달라는 요구가 가득하다. 그리고 매일 매일 자신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배옥식 씨는 가락시영재건축조합의 조합원 가족이다. 사실상 한 가족의 전 재산이 올곧이 재건축사업에 달려 있다. 그래서 임기도 없는 종신조합장의 전횡에 쥐 죽은 듯 살아왔다. 하지만, 먼저 이사를 나가주어야 한다며 전세집으로 내몰아 놓고도 가락시영아파트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 정작 조합장의 말을 듣고 전세집을 얻어 나간 사람들은 매월 5~60만원의 은행 이자가 빚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 송파구를 오가며 종신조합장의 문제와 불완전한 총회 승인 등을 관리감독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배옥식 씨를 밖으로 내몰았다. 여전히 그가 살던 가락시영아파트는 제자리에 있고, 멀쩡한 집 놔두고 은행이자를 월세 삼아 살아온 지도 3년이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임기가 없는 종신조합장은 경기도 어디께에 땅을 샀다더라, 집을 샀다러라는 구설수에 휘말렸으나 단 한번도 총회에서 문제제기가 된 적이 없다. 당장 서면 동의서가 아니면 총회조차 성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합장의 임기제를 도입하기 위한 규약 개정은 언감생심 꿈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조합의 임원을 했던 이의 도움으로 검찰에 고발을 한 것이 작년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나 송파구의 뒷짐에, 검찰의 방치에 기존의 영세한 조합원들은 제 집 하나마저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그 자리엔 이들보다 돈이 많은 자들이 똬리를 틀고 자리 잡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총량적으로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제로로 합산되어 '아무렇지 않은 듯' 살게 될 것이고, 말많고 탈 많은 가락시영재건축 사업도 잊게 될 것이다. 우린 사실 많은 것들을 이렇게 잊어왔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옥식씨의 1인 시위 이후 동부지검이 수사를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여온다는 사실이다. 우공이산이라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100일을 버텨낸 배옥식씨가 이뤄낸 작지만 값진 성과다. 노동당서울시당은 배옥식씨가 우리의 당원이라는 점이 자랑스럽고, 가락시영재건축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록 함께 힘을 모아왔던 과정 역시 뿌듯했음을 고백한다. 가급적 당신의 정의가, 우리의 정의가 이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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