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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송파구에 위치한 가든파이브에서는 희안한 선거가 진행 중이다. 언뜻보면 통상적인 집합건물 입주자들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로 보인다. 가든파이브라이프 선거관리위원장 명의로 지난 2월 23일 공고된 제3기 관리단대표위원(관리위원) 선거는 전체 23개의 구역별 대표자를 뽑는 선거로, 오는 20일(금요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가든파이브라이프동의 관리단은 사실상 SH공사에 의해 지배되는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가든파이브에서 벌어진 잇단 정책결정이 입주상인들의 결정으로 오해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9년 9월 3일 개최된 관리단 창립집회를 통해서 출범한 가든파이브라이프동 관리단은, 총 23개 구역 중 12개 구역의 대표위원으로 SH공사가 기타 11개 구역에서 입점상인이 선출되었다. 산술적으로 과반이 넘는 의결권을 SH공사가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더우기 해당 관리단 구성은, 당시 계약자가 400여명이 넘었던 시점이지만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점하지 못했던 상인들을 배제한 체 단 139명만이 모여 구성되었다. 이런 탓에 어떤 구역은 3명이 투표에 참가해 2표를 얻은 자가 관리위원으로 선출되었는데, 본인표를 고려하면 사실상 1명의 지지가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14개 구역은 아예 단수 출마로 이루어져 출마 즉시 관리위원이 되었고, 선거가 치뤄진 구역만 보더라도 투표자가 10명이 넘는 구역은 1곳에 불과했다.
이렇게 졸속적으로 구성된 관리단은 SH공사의 필요에 의해 구성되었다. 왜냐하면 같은 해 8월 400여명의 계약자들이 잔금을 치룰 때까지 관리단 구성을 미뤄달라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SH공사는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미룰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래서 최소 2,000 점포가 넘는 거대상가의 관리단이 불과 139명의 참여를 통해서 구성될 수 있었다. 사실 SH공사 입장에서는 이런 관리단의 존재가 편리했을 것이다. 가든파이브에 대한 온갖 문제들을 관리단으로 떠넘기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과반 이상의 의결권을 통해서 개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구성된 관리단이 그토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NC백화점 유치와 최근 추진되고 있는 현대백화점아웃렛 입점까지 도맡았다. SH공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었겠지만, 대표성이 떨어지는 관리단으로 인해 정작 입점상인들을 위한 구제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관리비 연체로 인해 명도소송을 당하고 쫒겨난 상인들에게 SH공사는 밀린 관리비와 재판소송료를 내라는 통지문을 보내면서 '강제집행' 운운 겁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번에 실시되는 관리단 선거에 SH공사가 전 구역에서 출마를 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지난 1월 30일부로 기존 청계천이주상인에 대한 특별분양 기간이 끝나기도 했거니와, 현대백화점아웃렛 입점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봐서 일까. 지금 가든파이브라이프동 곳곳엔 SH공사 사장의 얼굴이 박혀있는 후보자공고가 나붙어 있다.
그나마 단독출마 구역이 9개이니 SH공사는 9개의 관리위원 수를 가지고 시작하는 셈이다. 더구나 갑 중에 갑인 SH공사가 나왔는데, 과연 입점상인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SH공사의 행보는 두 가지 중 하나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그동안 관리단 뒤에 숨어 NC백화점 유치, 현대백화점아웃렛 입점 등을 성사시켜왔고 무엇보다 청계천이주상인들의 불만을 상인과 상인 갈등으로 만들어 모면해왔던 SH공사가, 지난 1월 30일부로 '청계천이주상가'로서의 부담을 덜어내고 기존 관리단을 내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실 2009년부터 작년까지 주요한 상인지원정책을 보면 대부분 미입점자의 재입점 지원, 혹은 실제 영업하고 있는 상인에 대한 부담경감보다는 점포 소유자들을 위한 지원이 많았다. 즉, 우는 아이 달래는 식으로 관리단 측에 당근을 주면서 기묘한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이다. 사실상 토사구팽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이제부터라도 SH공사가 가든파이브를 공공상가로서 제대로 관리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몇몇 소수의 소유자에 의해 유지 운영되어왔던 가든파이브를 공사차원에서 관리하면서 공공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보면, 두번째 방향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기존에서 23개의 관리위원 중 12개의 관리위원이 SH공사 몫이었고 서울시에서 운영했던 가든파이브활성화TF 참여인사를 가든파이브 관리회사 대표로 낙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즉, 마음만 있으면 그 당시에도 SH공사가 가든파이브의 공공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다.
청계천복원사업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가든파이브 문제를 대응하고 있는 노동당서울시당 입장에서 보면, 이번 관리단 선거는 흥미롭다. SH공사가 전면에 나서는 가든파이브의 미래가 밝다고도 생각하기 힘들다. 미안하지만 이번 관리단 선거는 SH공사가 청계천이주상가라는 가든파이브의 정체성을 벗어던지기 위한 꼼수로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SH공사가 전면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과거보다 더욱 공익적이거나 혹은 합리적일 것이라 볼 기대도 할 수 없다. 오히려 슬픈 것은 SH공사 사장이 후보자 얼굴을 올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며 개장한지 5년이 넘도록 가든파이브의 설립목적과 관리원칙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한 SH공사의 행태다.
아무튼 내일이면 SH공사가 관리단을 차지하던지 아니면 또다른 바지 대표를 보게 될 것 같다. 그럼에도 가든파이브에 이전했다가 장사가 되지 않아 관리비를 체납해 명도소송을 당하고, 지금까지도 체납금과 소송료를 내놓라며 송장을 날리는 SH공사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 기대하진 않는다. 조금은 짜증나는 형국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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