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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행정에는 묘한 스탠다드 모델이 있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도 대통령 해외순방일 때 갈등을 빚는 주요 사건들이 벌어지더니 -2013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압수수색,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신청 등 -, 최근 무상급식 논란을 자초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바로 미국으로 출국해 골프를 즐겼다. 이번엔 노원구 김성환 구청장이 유럽을 방문하고 있는 사이에 그동안 상생합의안 마련을 해왔던 수락산 노점상에 대한 강제철거가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은 '결단'만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늘 새벽 4시 노원구에 위치한 수락산 자락에 노원구청 공무원이 수백명의 용역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이들은 많은 노점상들의 생계수단인 노점들을 파괴하고 몰수해갔다. 재미있는 것은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노원구청과 수락산 노점들간에는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이 중재하여 마련된 상생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노점을 불가피한 생계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신 구청이 이를 관리하기 위한 기준을 합의하여 설정하면 이를 따르겠다는 협의가 진행 중이었다는 말이다.
<해외 순방 중인 김성환 구청장이 sns에 올린 글과 새벽 기습 철거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수락산 노점상들의 모습>
하지만 노원구청은 하루 아침에 '민원'을 이유로 어렵게 진행되어 왔던 상생협의안을 파기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민원도 문제지만, 그간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중재와 노점상들의 양보를 바탕으로 힘들게 마련된 사항들을 하루 아침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만느는 노원구청의 일방적인 행보가 더욱 놀랍다. 더우기 오늘까지 유럽 순방 중인 구청장은 태연하게 유럽 방문지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다.
노동당서울시당은 노점이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서울시민의 생활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따라서 오늘의 사태는 사실 민원의 문제가 아니라 김성환 구청장과 노원구청이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시민들의 삶'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온갖 혁신 정책으로 치장하면서 다른 단체장과 다른 모습을 홍보하지만 정작 중요한 쟁점에 있어서는, "학교에 밥먹으러 오나"던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불법이면 안돼지 않느냐"는 김성환 구청장의 생각에는 별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매년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노점관리비용으로 지출하면서도 각 지방정부의 노점관리대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기존의 '단속 위주 행정'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작년 말까지 노원구에서 진행되고 있던 상생협의회는 매우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성환 구청장이 협의 대신 철거라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서 여전히 '단속 위주의 노점대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노동당서울시당은 김성환 구청장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는 즉시, 수락산 노점상을 만나야 한다고 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자리가 구청장의 자리는 아니다. 오히려 가장 첨예한 갈등에 개입하면서 지역의 복잡다단한 삶의 형태를 보존하고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중대 갈등을 해외순방으로 피하는 잘못된 우리나라 행정의 스탠다드를 깨는 것에서 부터, 스스로 말해온 혁신을 증명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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