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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취사선택하는 '문자전광판',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다"는 소통의지가 무색하다
서울시는 작년 6월, 신청사 외벽에 문자전광판을 만들었다. 당시에도 차도를 향해 있는 문자전광판이 안전운전에 부정적인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실제 시민들의 체감도가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소위 박원순 식 소통행정의 '과시적 형태'가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문자전광판을 만들면서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다"는 소통의지를 담아 어린이가 메시지 표출전광판을 들고 있도록 했으며, 성격상 "새로운 신문고 서비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에 따라 욕설, 인신공격, 비방은 사전에 걸려내고, 상업광고, 정치적 비방 등의 악성 문자메시지는 발신번호를 차단하거나 통신사를 통해 스팸번호로 등록하는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위 치 : 신청사 외벽(덕수궁건너편)
▶ 운영시간 : 아침·저녁 7시부터 10시까지(총 6시간)
▶ 표출방법 : 대표전화를 통해 SMS 단문자 발송
* 대표전화 : *************(주기적으로 변경예정)
▶ 표출문자수 : 한글 40자/ 영문, 숫자 80이내
▶ 표출제한 : 1시간에 1인당 3번의 발언기회가 주어지며, 욕설, 인신공격, 비방, 정치적·상업적 내용은 법적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런 조치는 불가피하게 필요한 측면이 있고, 어찌되었던 공공게시판을 운영하는 측에서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필터링 자체가 일종의 검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생기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즉, 상반되는 입장의 메시지 중에서 한쪽은 되고 다른 한쪽은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날 때 그렇다. 이는 사실상 취사선택으로서 검열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어제부터 페이스북을 통해서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는 게시물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작년 9시가 지난 시점에 올라온 메시지를 보면, "세월호 실종자를 찾아야만 합니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곧바로 "욕설 및 비방은 민형사항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는 문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게시자는 아예 "세월호"라는 단어를 필터링했구나 며 개탄했다. 하지만, 뒤이어 올라온 메시지는 단순히 필터링이 아니라 검열임을 보여주는 징후가 보인다.
한 시민이 한 차례 세월호 관련 게시물을 보낸 후 부터는 아예 문자가 뜨지 않도록 '번호 차단조치'를 한 것이다(현행 규정에 따르면 1시간에 3차례는 가능하다). 더구나 재미있는 것은 그 사이에도 "동성애 평등법안 절대반대"이라는 문자는 나온 반면 "동성애 평등법안 찬성"이라는 문자는 게시되지 않은 점이다.
실제로 성소수자 비방 광고는 작년 인권선언 시점에서 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반면 성소수자 권리보장에 찬성하는 문자는 지속적으로 필터링되었다는 불만이 제기되어왔다.
이쯤에서 노동당서울시당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시민들의 문자를 정치적으로 취사선택해 내보내는 것이 '소통'의 방식인지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이런 양태가 시민들의 표현을 검열하는 행태임을 모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점에서 애초 문자전광판 자체가 박원순 식 소통 행정의 "과시적 행태"일 뿐 실질은 부재한 전시행정이라는 우려가 적절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지만 공중의 갈등을 두려워하거나 애써 막을 필요는 없다. 서울시는 누구가 갈은 수준에서 납득가능한 형평성과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정당한 치우침이 있으면 된다. 그런데 "세월호"라는 단어 자체를 필터링하는 것도 모자라 성소수자 혐오 문자는 나두고 성소수자 옹호 문자는 필터링하는 것은 최소한의 형평성에도 어긋하는 처사다.
노동당서울시당이 볼 때, 서울시 소통행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작 소통을 말하는 당사자들이 소통의 원칙과 방법은 모른다는데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말을 듣는데에는 단순히 큰 귀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은 귀여도 마음을 기울이는 공감이 없으면 안된다. 미안하지만, 자신이 없으면 문자전광판을 떼는 것도 방법이다. 오히려 전광판을 보는 시민들의 마음만 답답하니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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