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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서울시, '침묵의 인조잔디 카르텔'을 깨라

화, 2015/05/19- 14:25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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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 '2015년도 공공체육시설 개보수(학교인조잔디운동장)' 사업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각급 자치구에 교부되었다. 총 40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이 서초구 8억원, 강남구 7억원, 동대문구 6억원, 관악구, 종로구, 중랑구 5억원 등으로 배정되었다. 

​(▲ 서울시 자치구별 보조금 지급현황, 제공=서울시)
노동당서울시당은 지난 3월 '학교인조잔디유해성보고서'를 통해 서울시내 초·중·고등학교의 인조잔디 설치가 교장이나 자치구의 임의적인 예산신청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된 학교에서 관련 정보들이 이해관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무엇보다, 내구연한이 5년에서 7년 밖에 되지 않는 인조잔디를 반복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대안인지를 되물었다. 따라서 유해성에 대한 검증 뿐 아니라 학교 인조잔디 조성·교체 과정에 학교 내 이해관계자들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협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작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학교 인조잔디 유해성 검사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성이 나온 학교들이 일괄적으로 인조잔디의 개보수를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조잔디에서 도로 인조잔디로 바뀐 것이다. 이들 학교는 총 25개로, 지급받은 국고보조금은 최소 7천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기존 국민체육진흥기금 지원사업으로 추진되던 학교인조잔디 조성사업이 2014년부터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약칭 '광특회계')로 편재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두 가지의 변화가 생기는데, 첫번째로는 사업의 집행 책임이 지방정부로 일원화된다. 이번 보조금 결정의 주무부서는 서울시 체육진흥과였으며 '중앙정부-서울시-자치구(공립의 경우는 교육지청)-학교'의 경로로 보조금이 지출된다. 두번째로는 이전까지 존재했던 인조잔디사업의 지방비 부담이 사실상 사라진다. 따라서 학교와 지방정부의 '묻지마 신청'이 불가피해지는데, 실제로 인조잔디 개보수 현황을 보면 2013년에는 지방비가 10억원 편성되었으나 2014년에는 0원이 편성되었다.

인조잔디 개설사업에 대한 논의는 학교나 지방정부가 재정지출 책임을 일부분이라도 분담해야 가능할 수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에 의해 사업비용이 전액 지원될 경우, 마치 눈 먼 돈을 가져오는 식으로 사업이 왜곡되면서 '묻지마 인조잔디'를 부추길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나 자치구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요청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서울시가 교부금을 전달하는 창구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논란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인조잔디를 '도로 인조잔디'로 교체하는 서울시의 무감각한 행정이 놀랍다. 과연 해당 학교가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의견을 수렴하고 인조잔디의 개보수를 결정한 것일까? 서울시나 자치구는 해당학교에 그런 과정을 요구나 했을까? 

이에 더해 최근 떠오르는 인조잔디 유해성 논란에 대해서도 첨언한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미국에서 인조잔디와 이를 이용하는 운동선수 간의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례가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당 서울시당이 서울시내 각급학교의 학교운동부 현황 자료를 문화체육관광부 전수조사와 대조했더니, 학교 인조잔디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된 총 27개 학교 중 9개 학교에서 장시간 인조잔디를 이용하는 축구, 야구, 하키 등의 운동부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14년 인조잔디 기준치 이상 납 검출 학교의 학교운동부 운영현황)
특히 흥미로운 것은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되었음에도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빠진 아현중과 신일고도 각각 축구부와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지금이라도 이들 학교의 운동부 학생들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한다. 학교 인조잔디가 조성되기 시작한 지 채 10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조잔디를 상시적으로 이용하는 운동부 학생들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인조잔디 유해성 문제가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둔감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손쉬운 책임회피 구조다. 학교는 신청하라고 해서 신청했다고 하고, 서울시와 자치구는 신청하니까 추진했다고 하고, 정부는 요구하니까 지원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렇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이 구조의 원인은 누구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시만 하더라도 교부신청 조건에 '학교내 의견수렴 결과' 등을 묻든지, 아니면 운동장 개보수의 선택지를 다양화할 수 있는 방안(이를테면 흙 운동장 개설)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수행하지 않고 그저 학교와 중앙정부만을 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두번째는 인조잔디를 원하는 사람과 그것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 인조잔디의 개설은 많은 경우 지역사회내 '어른들'에 의해 선택된다. 조기축구회나 야구동호회 등의 지역유지들 말이다. 그렇게 어른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학교내 인조잔디를 학생이나 학부모가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타당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당서울시당이 서울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자치구나 일선 학교가 제 역할을 하기 매우 힘들다. 기존의 기금지원사업에서 아예 '광특회계' 사업으로 변경해 등을 떠밀고 있는 중앙정부에게는 더더욱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 '인조잔디'를 중심으로 조성된 학교-자치구-서울시-중앙정부의 공범구조를, 서울시가 먼저 깨주길 기대한다. 노동당서울시당 역시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공고하게 뿌리박은 '인조잔디 카르텔'을 깨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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