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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사회투자가 부족한 원인에 눈감은 서울시, 유감이다

월, 2015/06/01- 12:48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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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사회투자가 부족한 원인에 눈감은 서울시, 유감이다 


서울시가 사회연계채권을 통한 민자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해 2월, 서울시가 박운기 서울시의원을 통해 제출한 조례명은 <서울특별시 사회성과연계채권 운영에 관한 조례>였다(이는 <사회성과 보상사업 운영 조례>로 수정되어 한 달 만에 통과되었다가 이후 <사회성과보상사업운영 조례>로 추가 수정된다). 이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조례임에도 사회적 논의없이 졸속적인 과정을 통해 통과된 셈이다.

서울시가 해당 조례에 근거해 첫번째로 제출한 <그룹홈 아동대상 사회성과보상사업 동의안>은 9월에 제출되었으나, 같은 달 30일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해당 사업을 추진했던 사회투자재단 등에서는 시의원들의 무지를 개탄하는 등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유형의 민자사업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를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시는 2014년 11월 위 안건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한 <공동생활가정 아동교육 사회성과보상사업 동의안>을 제출했고 2015년 4월 23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달라진 내용이라고는 기존에 MOU(양해각서)를 맺은 대상이였던 한국사회투자재단과 MOU해지를 통해 특혜시비를 방지한 점과 사회성과 측정의 핵심인 웩슬러 지능검사 시 친권자의 동의를 추가해 인권침해 소지를 없앤 것 뿐이다.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기존 그룹홈 아동을 대상으로 웩슬러 지능검사(일반적인 IQ검사)를 실시하여 검사수치가 낮은 아동들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그리하여 향후 사회에 진출했을 때 수급자가 될 확률을 낮추어 사후적 사회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100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했을 때 향상자가 10명 미만이면 10억 7천만원의 투자 비용을 잃게 되지만, 31%에서 33% 사이면 투자금만 회수를 하게 되고, 33%이상부터는 최대 30%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이는 사실상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간에 기존의 민간투자사업과 같은 유형이다. 기존의 사업이 도로나 터널 등 사회인프라투자에 집중되었던 것에 반해 사회서비스투자에 집중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노동당서울시당은 이 사업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제시한다. 


첫째, 사회성과에 대한 검증 여부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실시하는 사회정책 사업 중에서 프로그램 사업을 바탕으로 설계되는 금융투자모델이다. 이 프로그램의 초기 모델이었던 영국 사례에서 만약 전과자 3,000명의 재범율이 30%라고 했을 때 재범률을 25% 수준까지 낮추면 투자원금을 받고, 23%, 22%까지 낮추면 성과급을 받는 형태다. 이번에 사회투자재단에서 서울시에 제안한 사업은 이 모델을 그룹홈 아동에 적용한 것으로, 경계선 지적기능 아동(지능이 상대적으로 낮아 나중에 사회로 진입할 경우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30% 정도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즉 대상에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인프라는 시설의 수요 자체가 직접적으로 검증되지만 '사회성과'에 대한 검증은 '이현령 비현령'이 될 공산이 크다. 일차적으로 지능향상이 해당 사회사업의 결과인지 통제하기 어려우며(일반적으로 아동은 나이를 먹으면 지능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해당 사업의 성과 자체가 지능향상에 있기 보다는 이후에 '수급자로 살아가는지 여부'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그것을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둘째, SIB사업이 도입되는 맥락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의 도입이 아시아 최초라며 호들갑을 떨지만, 여기에서 사회성과연계채권(이하 'SIB') 도입의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SIB는 2010년에 영국 브라운 총리에 의해 실시된 모델이 시초이며, 이 프로그램은 6년의 기간을 한 주기로 설정하여 진행되고 있어 아직 결과는 모르는 상황이다. 영국 외 국가에서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특히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주되게 확산되고 있다(http://en.wikipedia.org/wiki/Social_impact_bond#cite_note-17).

최근에는 남미 지역에 이 모델이 수출되고 있는데 양상은 다르다. 남미의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사회정책 재원을 주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혹은 예산지원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적용되고 있다(http://www.ipsnews.net/2013/10/critics-question-impact-of-pay-for-success-bonds/). 다시 말하면 SIB라는 것이 (앞의 인용글에 언급된 대로) 투자자의 '선의'나 '양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투자 모델'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SIB의 특징은 그것이 왜 미국에서 'Pay-For-Success(PFS)'라는 다소 노골적인 이름으로 확산되는지를 보여준다. 2013년 말 미국의 규제국이 SIB를 운영하고 있는 하버드케네디스쿨 쪽에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정책질의를 하고, 이에 학교 측은 답변을 한다(http://www.regulations.gov/#!documentDetail;D=TREAS-DO-2013-0006-0001).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SIB를 도입하면 좋은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학교 측은 정부의 지급보증에 대한 부분에서, "Lenders and investors are becoming interested in financing PFS programs, but this market is still new. If this market develops, private financing may expand the potential for PFS and the positive outcomes it generates. The second purpose of the Incentive Fund is to better allocate program performance and other risk to catalyze testing of PFS models where there is a federal financial interest."라고 답하는데, 이는 'SIB가 사회정책 프로그램의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성과가 있는 프로그램'에 세금을 사용하는 셈이어서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이런 형태는 서울시가 SIB사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업, 즉 성과가 보장되는 사업만 취사선택하여 사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개연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사회성과는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SIB라는 제도의 설계 자체가 성과를 부풀리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의 범위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재정투자의 시장화라는 결과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SIB는 사회투자 재원이 부족한 원인을 도외시하도록 만든다.

사회구조적으로 보면 사회투자의 재원이 부족한 이유는 각종 감세 정책에 따른 재정의 부족이다. 실제로 SIB가 도입되는 나라들은 대부분 현재에 드는 비용을 미래로 전가시키면서 당장의 비용절감에만 집중하고 있다. 결국 재정의 부실화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서울시의 2015년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약 2조 늘어난 25조에 이른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추가적으로 사회에 투자할 돈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는 예산 총규모의 측면에서 보면 맞는 말일 수는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예산 편성을 줄이면 어떤가. 놀랍게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고 나서 재정지출 구조의 효과적인 개선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도로, 터널 등 토건사업이 지속되고 있으며, 각종 공연장 건립을 계속하고 있다. 후보시절에는 과감한 지출구조 개선을 통해서 투자를 강화하겠다더니, 그 공약이 공염불이 된 것이다.

그런데 SIB는 채무를 지는 행위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갚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 투자대상이 된 아이들은 어떤가. 해당 업체가 손실을 보고 쫓겨난 자리에 남겨진 '사회투자의 대상들'은 그대로 내버려두어도 괜찮은가? 그래서 SIB는 미래의 채무를 지는 행위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보장해야 할 권리를 투자처로 바꾸는 시장주의적 도구다. 


그리하여 노동당서울시당의 결론은 'SIB가 그저 수많은 금융상품 중 하나'라는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증세없는 복지확대를 실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2014년 2월 서울시의회 조례 검토보고서 중). 


금융상품으로서 실패한 사회정책의 대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오히려 사회정책의 사각시대에 방치되는 것은 아닌가?
금융상품으로 구성되지 못하는 사회정책은 지방정부 입장에서 투자할 가치가 없는 부분이 되는 것은 아닐까?
SIB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그것이 사회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기준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일텐데, 여기에 소위 '투자자인 시민'이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개념에 부합하는가?
그리고 이들이 정책결정의 당사자로서 공공영역에 포괄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 없이 SIB 도입은 섣부른 일이다.

앞서 언급했던 영국 브라운 정부의 제도도입에는 박원순 시장이 희망제작소 설립에 참조한 영국 '영 파운데이션'이 있었다. '사회정책채권'의 제안자인 로니 호레시(ronnie horesh)는 채권의 목표로 "정부 지출을 보다 비용절감적이고 목표지향적으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금융수단"을 제시했다. 보통 구조를 고려하지 않는 선의는 노골적인 악의보다 나쁠 때가 많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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