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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답답한 지경이다. 메르스 사태의 혼란 속에서도 서울시가 추진 중인 대중교통요금 인상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5,210명의 서명을 받아 시민공청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적인 차원에서 준비 중이었던 내부 공청회를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중앙정부를 비롯해서 각 지방정부에서도 시민참여 행사를 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민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대중교통요금 공청회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메르스 위의 교통요금'이라는 냉소가 절로 나온다.
현재 서울시가 개최하고자 하는 공청회는 노동당서울시당이 제안한 시민공청회와는 정반대에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은 공개여부다. 기자들이나 시의회에는 공개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해당 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서울시 누리집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위의 오른 쪽 그림은 요금과 공청회라는 키워드로 서울시 보도자료를 검색한 결과다. '교통요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공청회라는 것이 최대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듣겠다는 취지일 텐데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는 공청회는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두번째는 공청회의 형식이다. 전체 140분으로 예정되어 있는 공청회는 4명의 발표와 8명의 토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발표자가 각 10분씩, 토론자들이 7~8분을 하면 예정된 140분의 공청회 시간이 끝난다. 방청객 토론? 없다. 시민패널? 없다. 서울시 산하기관의 발제자, 서울시로부터 연구용역을 진행한 회계법인의 발제자, 교통요금이 아니라 철도계획이 준 전공인 대학교수가 전부다.
마지막으로는 공청회의 내용이다. 서울시 교통본부 교통정책과장은 요금인상의 불가피성을, 서울연구원 이신해 연구위원은 '2년마다 정기적인 요금조정의 필요성'을, 이진선 우송대 교수는 지하철 내 부가수입 증대방안을, 여영수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적절한 버스 원가산정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누구도 현재 서울시의 교통요금 결정 과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특히 이용자 시민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또한 4명의 발제자가 요금인상의 불가피성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각이 사례로 채택하고 있는 것들도 편향적이다. 다시 말해, 제대로된 토론은 기대하기 힘들다.
아마도 가장 최악의 상황은, 모두가 메르스 사태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10일 공청회와 12일 물가대책심의위원회가 소문없이 지나가 27일이라는 서울시의 행정일자에 맞춰 요금인상이 확정되는 것일 테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5,000명이 넘는 서울시민들의 서명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노동당서울시당은 그나마 시민적 합리성이라는 기준에서 서울시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 봤고, 이를 시민서명운동을 통해서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되는 경과를 보면 여전히 서울시 행정의 벽은 높으며, 박원순 시장의 소통은 선택적이다. 왜 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시민들의 높은 관심이, 서울시라는 행정에서 언론이라는 소통의 장에서는 관심거리가 되지 않는 것일까.
백번을 양보해도 이번 공청회는 결격이다. 누가봐도 형식적인 절차다. 정 할거면 굳이 예산을 들여 할 것이 아니라 회의실을 잡아서 해도 무방할 정도다. 노동당 서울시당이 이번 공청회의 백지화를 요구하는 이유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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