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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 내성천 2015년 봄

화, 2015/04/28- 04:20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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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영주시 문수면 일대, 2015년 4월/ⓒ박용훈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고 내성천은 여섯 번째 봄을 맞았다. 4월 내성천 강가 절벽 여기저기에 붉게 핀 진달래는 여전히 소박하고 곱지만 이 봄, 애달프고 슬프다. 수몰예정지라고 강모래를 파 낼대로 파내서 아직도 시퍼런 물을 여기저기 드러낸 이산의 강에는 지난해 가을 다시 쌓인 뽀얀 모래톱 위에서 흰목물떼새며 할미새들이 종종거린다. 올해 담수를 하게 되면 이들에게는 알을 품을 수 있는 마지막 모금자리가 될 것이다. 금강마을 앞에는 담수이후의 소위 ‘명품댐’을 조망하기 위한 구조물이 들어섰고, 집단이주를 위해 아직 마을에 머무르고 있는 노인들은 쏜 화살같이 빠르기만한 이번 봄이 야속하다. 


금강마을을 휘도는 불로산 계곡에서 커다란 왕버드나무와 함께 봄을 알리는 전령이었던 산벚꽃들은 이미 베어진지 오래이고, 내성천 중류 학가산이 거느린 몇몇 봉우리가 강 따라 줄지은 자리의 산벚과 왕버들이 전하는 봄소식은 모래톱을 차지한 어수선한 풀들로 그 빛이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이곳만의 현상은 아니어서 어디를 가도 모래톱을 덮은 죽은 여뀌들이 아름다운 내성천의 풍광을 빼앗아버렸다. 큰 비가 쓸고 가지 않는 한, 늦가을 모래톱에 떨어진 씨들은 여름이 되면 더욱 번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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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 회룡포 대은리 일대, 2015년 4월/ⓒ박용훈


회룡포 대은리의 왕버드나무는 여전히 찬란한 연두 빛으로 기지개를 켜지만 많이 초췌해진 백사장 때문인지 그 늠름함을 뽐내지 않는다. 지난겨울에는 회룡포 전역에 들어선 풀을 제거하느라고 포크레인까지 등장했다. 내성천의 또 다른 국가명승지인 선몽대 일원 역시 거칠어졌다. 강안 모래톱 위에 풀이 세력을 키운 자리는 점점 커져서 풀 섬이 되고, 그 옆은 빨라진 물살에 파여서 깊어지는 등 강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명사십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번 봄 회룡포 대은리에서 만난 한 노인은 강이 변하는 것이 매우 근심스럽다. 그는 모래가 더 이상 쓸려 내려가지 않게 강 아래쪽에 돌보를 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유속이 느려지면 보 상류에 모래가 차곡차곡 쌓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보에 대한 생각에는 차이가 있음을 서로 확인했지만 어쨌든 작년부터 들어서는 풀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일치했다. 풀을 방치하면 강은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이 변할 것이고, 시야확보가 생존에 직결된 흰목물떼새 등에게 내성천은 더 이상 새 생명을 품는 보금자리를 제공할 수도, 또 명성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전처럼 쉴 수 있는 백사장을 제공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곳 주민들의 자긍심과 회룡포로 인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도 사라질 것이다. 대화를 마치고 일어나자 노인은 가는 곳이 어디냐며 애써 나를 작은 트럭에 태워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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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토일천 합수부 바로 아래 짓고 있는 영주댐 유사조절지, 사진 오른쪽 가장자리 구조물 높이로 강 전체를 가로막으며, 좌측 가로지르는 구조물에서 재차 모래를 차단한다. 금년 5월 완공 목표로, 이 후 이곳에 쌓인 모래는 영주시의 골재판매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2015년 4월/ⓒ박용훈


2011년 가을부터 영주댐 상류 13km 쯤에 짓기 시작한 유사조절지는 본류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영주댐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콘크리트댐식 고정보 형식으로 총 길이 246m에 높이가 16,8 ~ 8.5m의 이중차단 시설인 이 구조물을 넘어서 상류의 모래가 하류로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영주댐의 부속 댐인 이 유사조절지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한 영주댐에 대해서 어떤 대안적 조치를 고민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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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2013년 과도한 골재채취로 한때 시퍼런 강물만 보였던 영주댐 수몰예정지에 다시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다. 풀이 전혀 없는 이 모래톱은 지난 가을에 새로 쌓인 것이다. 이대로 산의 나무들만 다시 자라면 강은 전처럼 제 모습을 찾을 것이다. 영주 평은, 2014년 12월/ⓒ박용훈


한편 지난해 가을 제법 많은 비가 내린 후 댐의 직 하류에 아직 크지는 않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가 보였다. 댐 직 하류부터 서천이 합수하기 이전까지 약 5km 구간에서 모래가 일부 돌아온 것이다. 댐 수몰예정지인 금강마을 상류 계곡과 동호교 하류에서도 지난해 여름보다 모래톱이 커졌다. 2012년 한해에만 수몰예정지에서 파낸 모래가 176만㎥ 임을 감안하면 불과 2년 정도 만에 댐 하류로 모래가 내려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강의 복원력은 대단하고 상류로부터의 모래 공급량이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반가운 현상은 수자원공사가 유사조절지 및 댐 가동을 시작하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무섬마을, 선몽대일원, 회룡포 등의 훼손은 가속화될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작아 보이는 일에는 눈이 덜 간다. 그래서 그럴까? 내성천은 매우 중요한 강임에도 불구하고, 또 4대강사업으로 영주댐을 짓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4대강사업의 개별사업으로는 가장 큰 돈인 1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영주댐 문제가 한 번도 우리 사회의, 또는 환경계의 뜨거운 문제로 부각된 적이 없다. 4대강의 그 어느 강도, 낙동강을 구성하는 780여개의 하천 중 그 어느 하천도 국가명승지 2곳을 지닌 곳은 없다. 아마도 내성천이 중요한 하나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내성천이 갖고 있는 생명적 에너지이다. 생명을 품고 있는 싹눈은 겉으로는 작아보여도 생명의 성장은 그곳에서 시작되며 또 그것이 있어야 가능하다. 4대강재자연화를 생각하면서 내성천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글과 사진 : 박용훈(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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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회원이신 박용훈 님이 매달 강 소식을 사진과 글로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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