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성천 중류 영주시 문수면 일대, 2015년 4월/ⓒ박용훈
영주댐 공사가 시작되고 내성천은 여섯 번째 봄을 맞았다. 4월 내성천 강가 절벽 여기저기에 붉게 핀 진달래는 여전히 소박하고 곱지만 이 봄, 애달프고 슬프다. 수몰예정지라고 강모래를 파 낼대로 파내서 아직도 시퍼런 물을 여기저기 드러낸 이산의 강에는 지난해 가을 다시 쌓인 뽀얀 모래톱 위에서 흰목물떼새며 할미새들이 종종거린다. 올해 담수를 하게 되면 이들에게는 알을 품을 수 있는 마지막 모금자리가 될 것이다. 금강마을 앞에는 담수이후의 소위 ‘명품댐’을 조망하기 위한 구조물이 들어섰고, 집단이주를 위해 아직 마을에 머무르고 있는 노인들은 쏜 화살같이 빠르기만한 이번 봄이 야속하다.
금강마을을 휘도는 불로산 계곡에서 커다란 왕버드나무와 함께 봄을 알리는 전령이었던 산벚꽃들은 이미 베어진지 오래이고, 내성천 중류 학가산이 거느린 몇몇 봉우리가 강 따라 줄지은 자리의 산벚과 왕버들이 전하는 봄소식은 모래톱을 차지한 어수선한 풀들로 그 빛이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이곳만의 현상은 아니어서 어디를 가도 모래톱을 덮은 죽은 여뀌들이 아름다운 내성천의 풍광을 빼앗아버렸다. 큰 비가 쓸고 가지 않는 한, 늦가을 모래톱에 떨어진 씨들은 여름이 되면 더욱 번성할 것이다.
내성천 회룡포 대은리 일대, 2015년 4월/ⓒ박용훈
회룡포 대은리의 왕버드나무는 여전히 찬란한 연두 빛으로 기지개를 켜지만 많이 초췌해진 백사장 때문인지 그 늠름함을 뽐내지 않는다. 지난겨울에는 회룡포 전역에 들어선 풀을 제거하느라고 포크레인까지 등장했다. 내성천의 또 다른 국가명승지인 선몽대 일원 역시 거칠어졌다. 강안 모래톱 위에 풀이 세력을 키운 자리는 점점 커져서 풀 섬이 되고, 그 옆은 빨라진 물살에 파여서 깊어지는 등 강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명사십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이번 봄 회룡포 대은리에서 만난 한 노인은 강이 변하는 것이 매우 근심스럽다. 그는 모래가 더 이상 쓸려 내려가지 않게 강 아래쪽에 돌보를 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유속이 느려지면 보 상류에 모래가 차곡차곡 쌓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보에 대한 생각에는 차이가 있음을 서로 확인했지만 어쨌든 작년부터 들어서는 풀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일치했다. 풀을 방치하면 강은 삽시간에 걷잡을 수 없이 변할 것이고, 시야확보가 생존에 직결된 흰목물떼새 등에게 내성천은 더 이상 새 생명을 품는 보금자리를 제공할 수도, 또 명성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전처럼 쉴 수 있는 백사장을 제공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곳 주민들의 자긍심과 회룡포로 인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혜택도 사라질 것이다. 대화를 마치고 일어나자 노인은 가는 곳이 어디냐며 애써 나를 작은 트럭에 태워 데려다준다.

내성천 토일천 합수부 바로 아래 짓고 있는 영주댐 유사조절지, 사진 오른쪽 가장자리 구조물 높이로 강 전체를 가로막으며, 좌측 가로지르는 구조물에서 재차 모래를 차단한다. 금년 5월 완공 목표로, 이 후 이곳에 쌓인 모래는 영주시의 골재판매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2015년 4월/ⓒ박용훈
2011년 가을부터 영주댐 상류 13km 쯤에 짓기 시작한 유사조절지는 본류에서 내려오는 모래가 영주댐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콘크리트댐식 고정보 형식으로 총 길이 246m에 높이가 16,8 ~ 8.5m의 이중차단 시설인 이 구조물을 넘어서 상류의 모래가 하류로 내려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영주댐의 부속 댐인 이 유사조절지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한 영주댐에 대해서 어떤 대안적 조치를 고민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2012 ~ 2013년 과도한 골재채취로 한때 시퍼런 강물만 보였던 영주댐 수몰예정지에 다시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다. 풀이 전혀 없는 이 모래톱은 지난 가을에 새로 쌓인 것이다. 이대로 산의 나무들만 다시 자라면 강은 전처럼 제 모습을 찾을 것이다. 영주 평은, 2014년 12월/ⓒ박용훈
한편 지난해 가을 제법 많은 비가 내린 후 댐의 직 하류에 아직 크지는 않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가 보였다. 댐 직 하류부터 서천이 합수하기 이전까지 약 5km 구간에서 모래가 일부 돌아온 것이다. 댐 수몰예정지인 금강마을 상류 계곡과 동호교 하류에서도 지난해 여름보다 모래톱이 커졌다. 2012년 한해에만 수몰예정지에서 파낸 모래가 176만㎥ 임을 감안하면 불과 2년 정도 만에 댐 하류로 모래가 내려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강의 복원력은 대단하고 상류로부터의 모래 공급량이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반가운 현상은 수자원공사가 유사조절지 및 댐 가동을 시작하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무섬마을, 선몽대일원, 회룡포 등의 훼손은 가속화될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작아 보이는 일에는 눈이 덜 간다. 그래서 그럴까? 내성천은 매우 중요한 강임에도 불구하고, 또 4대강사업으로 영주댐을 짓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4대강사업의 개별사업으로는 가장 큰 돈인 1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영주댐 문제가 한 번도 우리 사회의, 또는 환경계의 뜨거운 문제로 부각된 적이 없다. 4대강의 그 어느 강도, 낙동강을 구성하는 780여개의 하천 중 그 어느 하천도 국가명승지 2곳을 지닌 곳은 없다. 아마도 내성천이 중요한 하나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내성천이 갖고 있는 생명적 에너지이다. 생명을 품고 있는 싹눈은 겉으로는 작아보여도 생명의 성장은 그곳에서 시작되며 또 그것이 있어야 가능하다. 4대강재자연화를 생각하면서 내성천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글과 사진 : 박용훈(초록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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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소식'은 초록사진가이자 생태지평 회원이신 박용훈 님이 매달 강 소식을 사진과 글로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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