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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고이는 한살림 복숭아, 자두

화, 2016/07/26- 15:36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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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둘러봐도, 눈 감고 음미해도 여기가 무릉도원

경북 의성 청암공동체에서 복숭아 · 자두 농사 짓는 김남숙 · 조영화 생산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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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나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아래에는 절로 길이 생긴다”더니, 그저 거기 있을 뿐인데 그 꽃과 열매로 동물과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나무에 조영화 생산자는 일찍이 매료됐다. 어린 시절 조영화 씨는 동네에 하나 있던 복숭아밭에서 복숭아를 서리하다가 들켜 혼나기 일쑤였다. ‘귀하고 다디단’ 복숭아를 품에 가득 품고 실컷 먹고 싶었던 소원을 그는 이제 풀었다.

경북 의성 청암공동체 생산자들이 사과와 자두 농사를 짓는데 조영화 생산자 홀로 복숭아농사까지 고집하는 게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자두꽃이 눈꽃색으로, 복숭아꽃이 꽃분홍색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엔 언덕 밑에 서서 과수원길을 올려다보면 마치 구름이 낀 듯 몽롱하게 아름답다고. 그 모습에 반해 과수원에 ‘도운농원 桃雲農園’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느 농부에게나 제 농작물이 그렇듯 그에게도 복숭아 천 그루, 자두 칠백 그루가 너무나 예쁘고 대견해 마치 자식같이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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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살림물품 – 한살림 복숭아, 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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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사를 알아가며 벌레를 알아가며

조영화 생산자는 21년 전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산을 개간하면서 복숭아와 자두 농사를 시작했다. 나무를 심고 그 주변을 골골이 1m씩 깊게 파서 자갈을 깔고 직접 배수 시설을 만들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 정부에서는 폐원을 권장했지만 그는 과수가 좋아 꿋꿋이 과수 농사를 지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이 하시던 벼농사를 처음 이어받을 땐 그도 마을 사람들이 하던 대로 농약을 쳤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공동 방재하던 밭에서 메슥메슥 구토증을 느끼고 농약이 얼마나 독한지를 몸으로 알았다. 알아도 어쩌지 못하던 조영화씨는 청암공동체의 이재국 생산자를 만나 한살림을 소개받아 친환경농사를 시작했고 2003년 한살림 생산자가 되었다.

“친환경 농사는 무척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어떤 벌레가 무슨 작물을 싫어하는지 가만히 관찰하다가, 매번 다른 실험을 해 봐요. 이번엔 이렇게 다음 번엔 저렇게 해 보면서 어떤 때에 무슨 벌레가 덜 꼬이는지 변화를 보는 거죠. 예를 들어 노린재는 수액을 빨아먹어 과일을 푸석푸석하게 만들고 표면에 상처를 내는데 코스모스를 싫어해요. 그걸 알고는 과수원 가장자리에 듬성듬성 코스모스를 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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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 애벌레가 과육 속에 길을 냈다. 이런 자두는 보자마자 따낸다.

 

농약 한번 사다 뿌리면 간편한 것을 굳이 할미꽃 뿌리며 고삼이며 놋젓가 락나물을 구해 알코올에 담가 발효시켜 친환경자재를 만드는 게 무척이나 번거로울 만도 한데 그에겐 재밋거리란다. 농약으로 모든 벌레를 한 번에 죽이는 농사법은 생각만 해도 지루하고 지겹다고.

심식나방이며 순나방 애벌레나 진딧물 등을 잡으려고 조영화 생산자는 반 년이나 앞서 친환경약재를 만들어 놓는다. 충분히 발효해 효험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다. 벌레들은 저마다 다르게 나무를 괴롭힌다. 심식나방 애벌레는 과실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속을 파먹고 순나방 애벌레는 꽃받침 부근으로 들어가 과실 바깥쪽에 똥을 싸 놓는다. 바늘구멍만 한 구멍이라도 난 과실을 발견하면 김남숙·조영화 생산자는 모조리 따 냇가에 버린다. 흙에 버리면 혹 옆 나무로 타고 올라가 또 과실을 상하게 할 수 있어서다. 유리나방 애벌레는 과실이 아니라 줄기에 파고들어가나무를 말려 죽인다. 이 애벌레는 나무껍질을 살짝 벗겨 내 꼬챙이를 쑤셔 꺼낸다. 골칫거리 풀 역시 문제인데, 제초제를 쓰지 않기에 더 고민스러웠다. 그는 여기저기 일부러 클로버를 심었다. 클로버는 쉬 번식해 다른 잡풀이 자라지 않게 할뿐더러 키가 크게 자라지 않기 때문에 과수나무 아래 너르게 뿌리를 내려도 괜찮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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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는 쉬 번식해 다른 잡풀이 자라지 않게 한다

 

서로를 믿는 바탕 위에 한살림 자주인증

벌레에게 인기가 많으니 자두와 복숭아 농사 한살이는 녹록치 않다. 조영화 생산자는 한살림 자주인증 기준에 따라 농사를 짓기에 일 년에 다섯 번까지만, 그것도 한살림에서 정한 농약으로만 방제할 수 있다.국제 농약행동망(PAN)이나 세계보건기구 (WHO) 등에서 독성이나 발암성 물질, 내분비계 교란 물질 등이 들어 있어 위험하다고 분류한 농약은 뿌릴 수 없고 제초제는 어떤 것도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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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는 연초에 미리 방제 계획을 세우고, 부득이하게 계획을 바꿔야 할 경우에는 한살림연합과 서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교육을 받고 자주인증 현장점검원이 된 소비자 조합원들과 한살림연합 실무자들은 종종 생산지를 방문해 영농일지를 함께 보고 농장을 둘러본다. 소비자 조합원들이 종종 일손을 도우러 오는데 어느 해에 온 한 건장한 청년은 열매솎기를 한 번 하고는 “일이 너무 고되 귀농하기 겁이 난다”고 했다고. 그 고된 일을 일상에서 해내느라 김남숙· 조영화 생산자 부부는 한 해 걸러 병원 신세를 졌다. 때에 따라 가지를 자르고 꽃봉오리를 따고 열매를 솎고 종이로 감싸느라 몇 시간이고 목을 위로 쳐든 채 어깨를 높이 들고 일하는데 그러다가 회전근개가 파열된 것이다. 그걸 두고 “과수 농사짓는 사람들이 다 앓고 있는 직업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배포로 부부는 그 힘들다는 과수농사를 뚝딱 짓는 것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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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게 얼굴을 내민 복숭아에 종이봉지를 씌우는 건 열매를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고 햇볕을 고루 받아 색이 예쁘게 나게 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내게까지 온 탐스런 복숭아 하나. 복숭아는 그 열매뿐 아니라 열매에 난 털, 나무진이며 잎, 꽃이며 씨까지 버릴 것 없이 약재로 쓸 수 있다고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복숭아 먹은 벌레도 몸에 좋다며 “복숭아 먹을 땐 눈 감고 먹으라”는 말까지 있으니 참으로 ‘복덩이’ 복숭아다. 침이 고이게 탐스러운 과육을 한입 베어 물면 달달한 과즙이 주르륵! 재빨리 혀로 ‘후릅’ 훔치고 다시 한입! 보들보들 고운 복숭아 엉덩이에 코를 콕 박고 먹으면 그 향내 때문에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깨어 보면 무릉도원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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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 사진 김현준 편집부

 

여름채소로 차린 소박한 한 상

“과육째 냠냠! 주스나 화채로 벌컥벌컥!”

복숭아자두_소박한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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