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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삶] 첫번째 이야기 - 결핍의 섬살이

수, 2019/08/21- 23:01 admin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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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돌며 환경조사를 하던 시기




때는 200910월 나는 고기잡이배를 타고 아침 일찍 충청남도 대천항을 떠나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가 난지 2. 섬지역에 남아있는 유류 잔여물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서남해안에 있는 아름다운 섬들이 기름유출 사고 이후 다시 깨끗해지는 모습과 사람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 남은 기름찌꺼기들을 모두 보았다. 더불어 그곳에서 내가 강렬하게 느낀 것은 섬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다리가 놓여있는 남해안 거제도, 서해안 신안군 증도 등과는 달리 수천여개의 섬이 육지와 떨어져서 오직 배로만 다닐 수가 있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하루 몇 번 다니는 배를 타고 바다길을 건너야 육지에 닿을 수가 있는 것이다. 시장이나 마트, 병원, 학교, 공공시설, 종교시설 등 주요한 시설은 모두 바다길 건너 육지에 있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는 사람들. 왜 육지로 가지 않고 섬에 남아서 살고 있는 것일까?



 





섬살이의 특징들




섬살이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2017년에 제주도로 이주하여 2년 동안 지내면서 더욱 피부로 느낀 점들은 네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 이동의 어려움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섬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반드시 바다를 건너가야 한다. 제주도에서는 바다를 건너는 일이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쉬워졌지만, 옛날 같으면 배를 타고 거대한 환경에 뛰어들어야 하는 엄청난 일이었다. 요즘은 비행기도 자주 뜨고 내리지만,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도 제약이 많아서 네 바퀴 달린 차를 이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참고로 우리 집 앞 도로에 반상회 차원에서 반사경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반사경이 제주도까지는 배달이 안 된다고 하여 지금까지 설치를 못하고 있다.)



 둘째, 고립이다. 태풍, 비바람, 눈 등으로 인해 제주도에 비행기나 배가 며칠동안 뜨지 않아 고립된 사람들의 경험담은 종종 뉴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이동수단이 배와 비행기로 한정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일 것이다. 이것은 예측 불가능함을 뜻하기도 한다. 자연은 인간이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고, 인간의 계획에 맞춰주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신비로움과 경의로움을 느끼게 되지만 섬살이를 하면서는 두려움과 체념을 배우게 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오던 남편이 기상악화로 인한 비행기 문제가 발생하여 김포공항으로 되돌아가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오게 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셋째, 섬을 구성하는 독특한 생태계이다. 대학원을 다니며 생태학을 공부하다보니 섬지역이 가지는 매력을 알게 되었다. 섬지역은 육지와는 다른 기후,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부와 고립되어 있는 까닭에 고유의 독자적인 생태계가 구성되어 있다. 제주도는 이러한 특징을 한라산 고산지대, 곶자왈 지대, 해안가 등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제주도에는 50여종의 특산식물이 분포하는데 특히 한라산 고지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식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야자나무를 신기하게 생각하여 사진을 찍는다. 평소에 지내던 지역과는 전혀 다른 자연환경이 섬지역의 주요한 특징이라는 점을 바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제주에서 살다보면 육지보다 훨씬 다양한 생태계를 자주 접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음을 느낀다.



 마지막 네 번째 특징은 바다와 함께 산다는 것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으니 당연한 말이지만, 바다를 옆에 두고 사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은 조금 다르다. 바다는 보기에 좋고, 놀기에 좋은 곳뿐만 아니라 서서히 나빠지고 있는 자연의 마지막 완충역할을 하는 곳으로 보인다. 해녀삼춘들은 제주도 앞 바다서 작업하는 것이 옛날과 달라졌다고 이야기하고, 해안가로 몰려 건설되고 있는 호텔, 음식점, 관광시설 등은 몰래(어쩌면 모두가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식으로) 폐수를 버려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섬사람들에게 양식을 제공하고, 마음의 평안을 준다. 그렇다보니 쉽게 볼 수 없는 바다 속의 변화를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노력들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나의 세번째 이야기의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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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짐을 전부 싣고 목포로 배를 타러 가는 대형 화물차




섬으로 가기 결심한 계기들




제주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지이고, 최근 연예인들의 제주살이가 언론에 자주 나오면서 핫한 섬이 되었다. 나도 누군가 제주도에 왜 살게 되었느냐고 물으면 간단하게 제주도가 좋아서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사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면 쉽게 제주도로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은 모든 것이 풍족하고 편리했지만 마음 놓고 쉬거나 위로받을 공간이 없었다.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았고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속도에 힘이 들었다. 결국 마음이 힘들다는 적신호를 보내왔고, 더이상 생각하지 않고 서울을 떠났다.



 





결핍의 섬살이




다시 섬으로 돌아와본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읍내이기 때문에 다양한 편의시설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배달 가능한 음식이다. 우리 집에서는 중국집과 치킨집 두 가지만 시켜먹을 수 있다. 이 정도 결핍의 문제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웃을 수 없는 문제는 제주도에 쓰레기 처리시설, 하수 처리시설 등이 부족하여 오염물질이 갈 곳을 잃고 그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하는 섬 생활의 로망은 여유롭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낭만을 즐기는 것도 물론이지만, 불편함과 부족함 속에서도 정도를 지키며 사는 삶이다. 도시는 끊임없이 외부에서 물질과 에너지가 들어온다. 그리고 외부로 불필요한 물질과 폐기물 등을 배출한다. 외부 공간이 없다면 도시는 스스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있다. 하지만 섬은 외부와의 이동, 접촉이 자유롭지 못하다. 도시와 같이 외부 공간을 의지하여 지탱해나갈 수 없다. 스스로 순환할 능력과 알맞은 규모를 가져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은 불편하고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처럼 모두가 쓰고, 즐기고, 버린다면 섬은 금방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그래서 힘들지 않는지 누군가 물어본다면?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하나밖에 없는 섬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답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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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함께 사는 사람들




::다음 이야기:: 섬에서 농사짓기



:덧붙이며: 섬여행, 섬살이에 관한 책 추천



(1) ;살이(섬 학자 김준의 인문적 섬 읽기) 김준



(2) 섬을 걷다(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떠나는 섬 여행)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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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삶>은 필자가 제주에 내려와서 살고 정착하기까지 2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제주의 환경, 생태, 생활 이야기를 담습니다. 

<필자 소개>

이승은 전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제주도민

생태지평연구소 전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대학원에서 환경과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제주도로 내려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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