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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호주에 가다] 첫번째 이야기 - 그곳의 날씨는 어떤가요

수, 2019/07/31- 01:26 admin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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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온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다. 한국과는 반대로 멜번의 계절은 점점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물론 이곳의 겨울은 한국보다 온도가 낮지 않다. 오히려 한국의 가을 환절기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마치 4계절이 하루에 다 존재하는 것 같다. 덕분에 멜번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특이한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바로 사람들의 옷차림이다. 보통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건너편의 사람들을 바라볼 때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있다. 털모자에 짧은 소매의 상의와 바지를 입은 사람, 반바지와 슬리퍼에 패딩을 입은 사람. 한국에서의 겨울처럼 꽁꽁 싸맨 사람과 짧은 소매만 입은 사람이 반대편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물론 옷차림뿐만 아니라 키와 체격, 피부색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서 있다. 이러한 풍경은 내게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과 호주에 실재하는 ‘다양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추위를 느끼는 정도와 시간대, 심지어는 신체 부위까지도 다르기에 모두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는 이도 있을 것이나, 내게는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보편성’의 모습과 선명하게 대비되어 보였다.

한국에서 내가 느낀 ‘보편성’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맛집’이라는 단어이다. 비록 표준어는 아니나 ‘맛집’이란 말은 많이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상에서 맛있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좋다고 소문난 장소나 다른 가게를 칭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사실 맛에 대한 판단이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미각을 느끼는 세포의 분포도 다를 테지만 먹는 당시의 상황이나 해당음식에 얽혀있는 추억처럼 정서적인 요소의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각의 섬세함과 맛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에는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집’이라는 소문이 정말 ‘맛집’을 만들어내는 마케팅이 성공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주관적 판단의 영역을 ‘맛집’이 가지는 보편성에게 쉬이 양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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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종이 오가는 멜버른 퀸빅토리아 나이트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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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퀸빅토리아 나이트마켓


나 역시 인터넷에서 맛집을 검색하는 한국 사람이며, 이곳에서 다양한 인종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끼기도 한다. 때문에 호주 하교시간의 학생들을 보면? 피부가 검은 아프리칸 학생은 거의 본 적이 없지만? 다양한 머리색과 피부색의 아이들이 삼삼오오 하굣길을 걷는 모습에서 그 아이들이 가질 다양성의 폭이 기대된다. 그렇다고 호주가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완벽한 공간이라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인종차별을 경험하기도 했으니 차별과 편견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이 곳은 검은 피부의 남자가 일식집에서 혼자 스시를 먹는 모습이나 한식당에 앉은 금발의 가족들이 아이들에게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날, 우버 택시를 타고 치과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운전자는 인도에서 온 사람이었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면서 부업으로 우버 기사를 하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호주에 온 첫날 멜번 CBD(중심가)에서 식당을 찾을 때 ‘호주 음식’을 파는 식당이 없었고, 모두 중식, 베트남식, 케밥, 이탈리안, 한식 등 다른 나라 식당들이 시내에 가득하더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기사는 말했다. “호주는 다문화를 잘 받아들여 자국의 문화로 소화하는 것에 성공한 국가이다. 그러한 이민자들의 식문화가 이곳에 적응하고 정착하였기에 그 모든 것들이 바로 ‘호주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대답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권이 섞여 더 많은 다양성을 가진 주변상황 속에서 오히려 나는 내가 가진 고유성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 거대한 공존 속에서 스스로가 어떤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행동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새삼스레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또한 문화의 충돌 속에서 적응, 변화, 회피, 고수하며 스스로의 현재와 추구해야할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다양한 주변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며 자신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 이렇게 확장된 다양성의 개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나가고 인정해 나가는 과정을 겪어내는 중이다.


자연 생태계에서도 다양성은 중요한 부분이다. 거의 1~3년 마다 양식 가금류들이 몇 만 마리씩 죽게 되는 조류독감의 경우에도 생물학적 다양성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 양식 가금류들은 고기 또는 알을 빨리, 더 많이 얻기 위해 개량되어 유전자적으로 획일적인 상태이다. 때문에 특정 질병에 일괄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아이러니한 점은 같은 조류인 철새가 조류 독감의 주요 전염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들이 양식 가금류들처럼 떼죽음을 당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옮겨 다닐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유전적 다양성에 있다. 동일한 종 내에서도 다양한 유전적 특질을 가지고 있기에 질병에 취약한 개체도 있지만 면역력을 가진 개체도 있어 한 가지 질병에 전체 종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준다. 다양한 특질이 변수에 대한 다양한 대응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다. ‘나’는 이미 ‘너’가 아니기에 나일 수 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끊임없는 외부와의 소통 속에서 때로는 실수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욕심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존재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 일어난다. 이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양식기술로 유전자를 제한 당한 채 가두어져 길러지는 다른 종에 대한 인간의 태도와 나이, 성별, 종교, 국가, 인종, 장애를 이유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태도는 거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숨 쉬듯이 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니 일상에서 이 작은 고리들을 끊고, 관용과 존중이라는 씨앗을 심어보자. 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가 자연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소한 실천들이 모여 모든 거창한 일들이 이루어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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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호주에 가다>는 필자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바라본 일상에서의 환경 이야기를 담습니다. 

<필자 소개>

이재욱 전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생태지평연구소 전 연구원이자 전 프리랜서 기타 강사.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무턱대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온 33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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