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4월 27일 개최되었습니다. 그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도보다리에서 두 정상이 대화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정상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내용이 궁금했겠지만 Soundscape Ecology(소리생태학)를 연구하는 저의 관심사는 그 장면에서 들리는 주변의 새소리였습니다. 당시 30분 정도의 짧은 영상에서 들리는 새소리는 직박구리, 박새류, 청딱따구리, 흰배지빠귀 등 10여종이 넘었습니다.
만약, 도보다리 대담을 할 당시에 새소리 이외에 자동차 소리, 전투기 날아가는 소리, 사람들 웅성대는 소리 등이 배경음으로 들렸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지금의 영상보다는 평화로움이 덜 부각되었을 것입니다. 다소 예민한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두 정상의 도보다리 회담이 비무장지대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연성이 좋아 보호하고 있는 국립공원에서 개최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날 수 있었을까요? 설악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북한산국립공원?... 안타깝게도 그럴만한 지역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예상컨대, 남북정상이 국립공원에서 1시간 정도 회담을 했다면, 적어도 헬리콥터, 전투기 굉음으로 인해 한두 차례 대화를 멈추어야 했을 것이고, 국립공원 관통도로 자동차 소음이 배경음으로 낮게 깔렸을 것이며, 단체관광객들의 북적거리는 소리, 상가의 음악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항상 국립공원에서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은 소음을 어떻게 느낄까요? 소음에 생물들이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으니 큰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시끄러운 곳에 남아 있다고 해서 영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연구결과를 보면 소음환경에 살아가는 생물들은 번식력이 떨어지거나, 이상행동을 나타낸다는 보고가 있어왔습니다. 인간사회를 보아도 철로변이나 공항 주변 등 소음이 심한 곳에 살아가는 분들이 그곳을 원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국립공원 소음은 그곳을 찾는 탐방객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국립공원을 찾는 이유는 그간 도시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도보다리와 같은 자연의 평온함을 느끼려는 것인데 막상 가보면 진정한 자연의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나 가장 국립공원다운 자연을 체험하기 위해 예약 방문하는 고지대 대피소에서조차 발전기 소음, 헬기 소음, 취객들의 고성방가로 불쾌감을 느끼곤 합니다.
자연의 소리는 자원입니다. 계곡을 울리는 까막딱다구리 드러밍 소리, 팔색조 우는 소리, 산개구리 합창 소리 등 생물소리와 십이선녀탕 맑은 물소리, 비룡폭포의 시원한 폭포소리, 무등산 너덜지대 돌 밟는 소리 등 환경소리는 국립공원이기에 들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자연자원입니다. 국립공원 내 사찰 불경소리, 북소리 등도 한국 국립공원만의 특이한 소리로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할 문화자원입니다. 우리는 국립공원의 식물, 동물을 아끼듯이 자연의 소리도 후대에게 잘 남겨줄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국민들뿐만 아니라 우리네 자연환경에도 유익한 일입니다. 그간 국립공원 상공을 날아다니던 전투기들과 고지대 군부대들도 이제는 자연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느꼈던 자연의 평온함을 국립공원에서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기경석 교수님은 상지대학교에서 근무하며, 국시모 학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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