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이야기- 세 번의 도전, 태백산국립공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다
글 손보경 ·구성 정인철
2018년 봄을 맞아 국시모 학술위원인 조우 상지대 교수를 만나 작은 대담을 나눴다. 태백산국립공원 지정과정에서 책임연구를 수행했던 조 교수로부터 당시, 용도지구가 기형적으로 지정된 배경과 삼수 만에 국립공원이 가능했던 사연을 듣고자 함이었다. 조 교수는 과거 두 차례나 무산된 이유가 분명한 소통부족의 결과였고, 세 번째는 가능했던 것이 소통의 자세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태백산국립공원의 보전지구를 확대하려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소통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 손보경 운영팀장의 작은 대담 요약.
손] 태백산은 세 번의 시도 끝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전에는 왜? 실패했었나.
조] 첫 시도가 있었던 때를 1999년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도 태백산은 민족의 영산이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자연환경과 문화적 가치, 백두대간이라는 지리적 위치, 경관 우수성 등 모든 면에서도 국립공원 지정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지정될 줄 알았다. 하지만 폐광문제로 인한 지역 내 갈등이 변수로 작용했다. 지역분위기가 침체된 상태였고, 여론도 좋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검토단계에서 무산되었다.
두 번째가 2010년이었다.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강원랜드가 완성됐던 시기였다. 강원랜드는 당초 태백시에 건설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주민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래서 정선이 유치를 했다. 말 그대로 강원랜드가 빵(?)하고 터졌다. 이때 태백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그때 내부적으로 나온 타개책이 국립공원이다. 환경부와 공단이 상당 수준까지 지정방안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결국 지역여론이 문제였다. 역시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강력한 반대였다.
손] 드디어 세 번째다. 삼수에 도전한 배경이 궁금하다.
조] 자연공원(국립, 도립, 군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10년에 한 번씩 공원계획타당성검토라는 것을 진행한다. 2014년에 강원도가 ‘강원도 도립공원종합발전계획’ 안에 자연자원조사, 공원계획타당성검토, 공원별 보전관리계획 등 3개의 조사와 계획을 묶어 연구용역을 발주했었다. 연구수행 중에 백두대간 중 국립공원을 제외한 지역들은 현장관리가 안 되는 한계를 직시했다. 그래서 도립공원으로 관리되던 태백산을 다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태백산의 상징성과 역사·문화 자원을 보존하자고 강원도에 제안했다. 다행히 생태축인 백두대간 관리 실태를 이해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손] 아직 지정절차가 본격적인 것은 아닌듯하다. 실제 추진과정은 어땠나?
조] 2015년에 환경부가 움직였다. 태백산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검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연구책임을 맡게 되었다. 당시 신설된 공단의 미래전략실이 행정적 지원을, 한국환경생태학회와 건아컨설턴트가 컨소시움을 구성해 타당성 검토연구가 실제 추진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림청이 문제였다. 국립공원 지정후보대상지가 대부분 산림청이 관리하던 국유림지역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처음 제안된 127㎢ 중 산림청 경제림에 해당하는 지역 등은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손] 여기서 잠깐! 산림청도 보호지역 관할 부처 아닌가? 반대했다는 것에 납득이 안 간다.
조] 백두대간보호지역으로 잘 관리하고 있는데 굳이 국립공원으로 중복지정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실상은 경제림 사업시행이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 같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나무도 못 자르고, 숲 가꾸기 사업도 진행하지 못해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사항들은 부처협력을 통해 충분한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다. 부처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 먼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보호지역관리가 통합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 끝도 없이 반대다. 반대의 끝이 안 보인다.
조] 하하. 이제 다 와간다. 반대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면, 영월과 태백지역은 처음부터 극렬히 반대했다. 정선도 국립공원 이 지정되면 지역개발사업이 저해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함께했다. 봉화지역은 반대이유가 좀 달랐다. 이미 60년 전 부터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규제받아왔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 동안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강력한 규제 안에서도 살았는데 국립공원은 약한 규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일부 주민들이 국립공원명품마을에 관심이 있었다. 먼저 이분들이 무등산국립공원 명품마을을 답사한 후, 찬성 쪽으로 마음을 돌리셨다. 영월, 태백, 정선지역 주민들은 계속해서 반대했다. 정말 극렬하게 반대했고, 주민설명회까지 무산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연구진과 공단 미래전략실 팀원들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오피니언들을 만나고 설득했다. 마을주민들을 모아 소규모 설명회도 진행하고, 토크콘서트도 열었다. 계속해서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하나둘 마을분위기가 바뀌어가는 게 느껴졌다. 얼마 후 극적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었고, 찬성여론이 더욱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렇듯 노력의 시간이 모아져 결국에 2016년 8월 22일, 태백산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손] 정말 고생하신 것 같다. 태백산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남다를 것 같은데.
조] 물론이다. 개인적으로는 애증의 대상이다. 국립공원 지정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태백산은 그 존재 자체가 어디에도 담기 힘든 큰 존재라 생각해왔다. 다른 이야기지만, 백두대간이 가진 중요한 의미중 하나가 불교문화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은 대부분 백두대간을 따라 위치해 있다. 인접 산줄기에 있는 사찰들은 선불교 유산이라 평가받는다. 생각해보자. 정선 정암사, 소백산 부석사, 춘양 각화사, 삼척 영은사에 가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백산을 태백시에만 국한하지 않고 광역적으로 인식해 왔다. 실제로 태백산 정상에서 사방을 보면 산체가 매우 큼을 몸소 느낄 수 있다. 그만큼 큰 존재고, 계속해서 연구해보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
손] 그럼에도 태백산국립공원은 태백산의 극히 일부만 지정됐다. 확대할 수는 없는지.
조] 당장 쉽게 확대가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산림청, 사찰, 동국대를 설득해야 하고, 봉화군 역시 광범위한 태백산의 범주에 속하는 만큼 계속해서 소통해야 한다. 남북동서로 넓게 분포한 지역들이 태백산국립공원으로 모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려면 여러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시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와 정부, 지자체, 전문가, 토지소유와 관련된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론화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 국립공원타당성검토기준이 만들어 진다. 이를 근거로 내년부터 국립공원별 용도지구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2021년이 되면 용도지구가 대폭 재편해야한다. 이 시점이 태백산국립공원 확대방안이 마련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손]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을 좋아한다. 그중 태백산에 대한 호감이 크다. 눈 내린 태백산은 전 세계 어딜 가도 볼 수 없는 장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시기에 태백산 탐방객의 99%가 정상에 오른다. 태백산이 망가지는 직접적인 이유다. 새해 태백산에 올라 정기를 받으려는 사람들은 그 곳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그런 분들이기에 태백산이 망가지는 아픔도 헤아릴 줄 알 것이라 기대한다. 태백산이 어떤 모습으로 가야하는지는 태백산의 아픔을 이해하는 작은 관심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태백산이 보존된다. 이제 한걸음이다. 서로 소통하며 태백산을 알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조우 교수는 상지대학교에서 근무하며, 한국환경생태학회 총무이사와 국시모 학술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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