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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때죽나무꽃이 피었어요
글 박 두 규
어머니, 때죽나무꽃이 피었어요. 올망졸망 눈부시게 하얀 것들이 오순도순 피었네요. 이 꽃들은 나무 사이를 흐르는 부드러운 바람과 고라니가 자고 간 따뜻한 흙의 온기, 잦아드는 계곡의 물소리,그 모든 숲의 기억들이 피워낸 것이지요. 오랜 어머니의 품에서 눈을 뜬 것들입니다. 그래요, 어머니는 이 모든 것들의 어머니입니다.
세상의 작고 가여운 것들의 어머니, 서로 욕하고 싸우며 스스로 절망하는 것들의 어머니, 푸른 잎들이 돋아나고 투명한 버들치 떼들이 몰려다니는 계곡에 이 순백의 어린 것들을 피워 올려 우리 스스로의 존귀함을 일깨워주시는 어머니, 따뜻한 저녁밥을 지어놓고 애타게 우리를 찾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노을 속으로 흩어집니다.
하지만 어머니, 아직 우리는 어머니의 그 따뜻한 목소리에 화답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강남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고, 내 자식만큼은 서울대에 들어가야 하고, 내 가족만 안전하다면 세상의 불의와 폭력은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세상의 모든 나무와 물고기와 새들에게도 고마움의 큰 절을 할 수 있을 때, 그렇게 내 마음이 충분히 가난해졌을 때 어머니의 부름에 대답하겠습니다. 내가 먼저 따뜻한 밥을 지어놓고 어머니를 부르겠습니다. 노을빛 애잔한 어머니 마음이 되어, 잃어버린 사랑을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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