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_오늘의 헌법, 내일의 헌법
민주적인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글.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이번 개헌에서 피할 수 없는 주제가 권력구조 문제이다.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의 권력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대통령과 권력을 나누어 갖는 이원집정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주장이 타당한 것일까?
‘제왕적 대통령’ 문제의 원인은 선거제도
한국의 대통령제가 자칫 ‘제왕적대통령’으로 흐를 염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상황이 그랬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은 대통령제라는 정부형태 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거제도가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국회만 제대로 구성되어 있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회구성은 표심을 왜곡하는 국회구성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37.5%의 정당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그런데도 의석은 300석 중 153석을 차지하여 단독과반수를 확보했다. 그래서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지지를 받았지만, 국회의석은 152석으로 단독과반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당시에 정당득표율로 보면 야당들이 받은 표가 더 많았다. 표심대로 하면 ‘여소야대’가 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선거결과는 새누리당이 단독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었고, 그 이후에 자유선진당까지 합당하면서 거대여당이 탄생했다. 그 결과가 테러방지법 밀어붙이기 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의 소속정당이 국회에서 단독 과반수를 차지하면 견제와 감시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국회 단독과반수를 만든 게 아니라는 데 있다. 2008년 한나라당과 2012년 새누리당의 단독과반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만들어준 결과였다. 국회의원 대부분을 지역구에서 1등 해야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로 뽑기 때문에, 지역구에서 1등을 많이 할 수 있는 거대정당이 받은 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표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하여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말한다.
일본의 사례가 반면교사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반드시 권력분산적인 제도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과 일본의 총리는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지금 일본의 아베 총리만 하더라도 대통령 못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히려 의원내각제에서는 임기제한 없이 장기집권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권력의 집중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가 아니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의 사례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일본은 대한민국처럼, 지역구 소선거구제로 다수의 국회의원을 뽑고 일정 의석의 비례대표 의원을 덧붙이는 방식인 ‘병립형 방식’을 택하고 있다.
2014년 일본 중의원 선거의 경우 475석 중 295석이 지역구이고, 180석이 비례대표였다. 대한민국의 253(지역구) : 47(비례대표)보다 비례대표 숫자가 훨씬 많았다. 그러나 일본의 선거결과를 보면,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2014년 중의원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소속된 연립여당은 불과 46.82%의 득표를 했을 뿐인데, 전체 의석의 68% 이상을 차지했다. 그 이유는 지역구 선거에서 1등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베 총리가 독단적인 정책을 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의원내각제 자체가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정당이 장기적으로 과반수를 차지하면, 대통령제보다 더 위험한 권력을 낳을 수도 있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구성하는 의원내각제의 원리상, 입법부와 행정부가 통째로 특정 정당에 의해 장악되고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보다 임기도 없는 ‘제왕적 총리’는 더 위험할 수 있다.
개헌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설계해야
물론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회구성이 제대로 된다면 대통령의 인사권, 예산편성권 등에 대해 국회에 의한 통제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헌법상 주어진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국무총리가 제대로 된 ‘책임총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권력구조에는 정부형태의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포괄적으로 보면 사법개혁, 지방분권, 직접민주제 도입도 권력구조를 민주화하는 데 필요한 일들이다. 지금처럼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고, 헌법재판관 3명까지 지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것도 아닌 대법원장이 헌법기관 구성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바꿔야 한다. 또한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되고 있지만, 배심원들의 평결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헌법에는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헌을 한다면 국민참여재판의 근거를 헌법에 명시할 필요도 있다.
지방분권은 대통령의 권한도 분산시키고, 국회의 권한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론 지방분권이 되려면 그 전제로 지역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지방선거제도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하고, 주민소환, 주민발의, 주민투표 같은 제도도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것을 전제로 한다면, 지방분권은 과도한 중앙집권국가에서 벗어나고, 각 지역의 자율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이다. 이번 개헌은 이런 주제들을 모두 아우루는 포괄적인 개헌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 걸음 진전할 수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정부형태는 정답이 없는 문제이다. 대통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일정한 합의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분산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 안팎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되, 합의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형태의 문제가 대통령제냐 이원집정부제냐 식으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다양한 절충형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절충점을 찾아 나가는 것도 대한민국의 민주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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