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학교가 문을 열고
새로운 교육을 시작하는 때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3월이면 개학과 개강 등으로 1월 못지않게 새로운 기분이 든다.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고, 더욱이 학교에 다니는 자녀도 없지만, 이맘때면 출근길에 지나는 학교 정문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곤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그러려니 하고 지났던 일들이 (어른이 된 내가 이해하는) 사회라는 구조 속에 놓여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지금 학생들은 어떤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라날까. 문득 나는 어쩌다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품고 있다는 그 교육을, 현장과 현실에서 한참 멀어져 사건, 정책, 결과로만 접하게 됐지 궁금해졌다. 과연 오늘날 교육은 어떻게 달라졌고 또 무엇이 여전할지, ‘스스로 교육’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학교는 한 번도 민주적인 적이 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은 『학교 내부자들』이다. 제목에서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지만, 학교 내 관리자 역할을 맡는 현직 교감의 고백과 반성이라는 대목에서 기대가 더욱 커졌다. 교감이야말로 학교 내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바꿔나갈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 아닌가. 절실한 과제와 확실한 해결책을 함께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많은 사람은 학교가 가장 민주적인 곳이고, 학교가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있고, 민주적인 학교 교육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는 그동안 한 번도 민주적인 적이 없었다. 학교는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고 교실은 교사의 왕국이었다. 민주적이지 못한 교장에게서 민주적인 경험을 하지 못한 교사들은 교실에서조차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못했다.”
‘부끄러운 관리자’라는 고백과 ‘비민주적인 학교’라는 자성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학교 바깥의 교육 주체인 교육청으로까지 이어진다. 교육청의 지원 아닌 지시를 지적하며 오늘날 학교의 현실을 구체적이면서도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이 책은 관리자가 아닌 지원자로서 교감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이는 교감뿐 아니라 교육의 주체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할 태도이자, 학교 바깥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관점이 아닌가 한다.
● 학교 내부자들_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 / 박순걸 지음 / 에듀니티
대학 안에 개혁을 이끌 주체가 없다
초, 중등교육을 살펴보았으니 이번에는 고등교육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모든 교육이 대학 입시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대학은 그야말로 한국 교육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최근 외부에서 논의되는 대학의 문제는 시장과 자본의 대학 침투다. 대기업이 대학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대학의 구조와 교육의 내용까지 기업의 논리로 바꿔버렸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나오지만, 대기업이 들어와 대학에 투자가 늘어났고 그 덕분에 대학평가가 높아져 입시에서 주목도가 올라갔다는 반론은, 늘 비판을 잠재우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전진할 따름이다.
한국근현대사를 연구하는 김정인 교수의 『대학과 권력』은 오늘의 상황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밝힌다. 해방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정책과 운영을 중심에 두고 대학교육에서 대학권력, 국가권력, 시장권력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주목하는 이 책은, “대학-국가-시장의 공고한 연대를 바탕으로 형성된 대학 상품화의 현실”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대학교육은 이러한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는 “대학 안에 개혁을 이끌 주체가 없”다고 지적하며, 대학교육 개혁과 이를 이루는 데 필요한 정책 방향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데, 여기서도 핵심은 개혁의 주체와 동력이다. 이 책에서 반복하여 보여주듯 “대학의 위기는 대학이 외풍에 밀려다니며 자기 방향성을 잃어버린 100년의 궤적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 대학과 권력_한국 대학 100년의 역사 / 김정인 지음 / 휴머니스트
방법은 쏟아지는데 목적과 방향이 없다
교육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교육 개혁의 방향을 이야기할 때면 늘 외국 사례가 등장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그 주인공은 핀란드였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는 핀란드 교육은 언뜻 보아도 경쟁 일변도의 한국 교육에 꼭 필요한 이야기 같다. 그런데 숱하게 쏟아진 핀란드 교육 이야기 가운데 어떤 부분이 한국 교육의 변화에 영향을 주고 현실에 적용되었는지는 (내가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으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비교교육학 박사 김선의 『교육의 차이』는 그 이전에 교육의 목적과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해 주는 독일, 배려하는 교양인으로 성장시키는 영국, 도전하는 창조적 리더를 키우는 미국,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싱가포르, 그리고 앞서 언급한 핀란드까지 다섯 나라의 교육을 소개한다.
이렇게 보면 기존의 논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 책은 각 나라의 교육이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 그리고 현실적 필요에 근거하여 만들어졌는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나라마다 필요한 인재의 모습이 다르니, 그에 따라 교육의 목적과 방향을 설계하고, 그것이 실현될 구체적인 정책을 세워 실현하게 된 결과가 각 나라 교육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물론 교육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여러 나라의 교육에는 기회, 토론, 자유, 과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우선 한국이 원하는, 한국에 적합한 인재상이 무엇이고 그에 적합한 교육이 어떤 모습인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교육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되어 가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이다. “과연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으로서 교육을 인식하게 하는가? 지금 나의 모습이 아직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가?”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제라도 시작해보자. 3월, 개학이니 말이다.
● 교육의 차이 / 김선 지음 / 혜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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