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료비, 지디피(GDP)의 7.1% 어떻게 볼 것인가?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김양중의 건강시선]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의료통계를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은 2010년 기준 7.1%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9.5%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미국은 17.6%로 가장 높았고, 프랑스나 독일은 11.6%였다. 한국의 1인당 의료비지출도 2010년 기준 2035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3268달러보다 낮았다.
이와 함께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사나 간호사 수 역시 다른 나라들에 견줘 턱없이 부족했다.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3.1명에 견줘 크게 낮았다. 회원국 가운데 우리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적은 나라는 터키와 칠레뿐이었다.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도 우리나라가 4.6명으로 회원국 평균인 8.7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우리나라는 의료비를 적게 쓰고 대신 의사나 간호사 수도 적어 불충분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병원이나 의원을 찾아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여러 시간 대기했다가 정작 진료 시간은 1~2분에 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의 어느 한 식구는 자신의 일을 거의 모두 접고 환자의 간호와 간병에 매달려야 한다. 간호사 수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해 본 적이 있거나 가까운 가족이 입원 한 번 해 본 적이 있다면 다 아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국가적으로 의료비를 적게 쓰는 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환자들이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국내 환자들이 의사나 간호사의 서비스를 받는 양이 다른 나라에 견줘 더 적은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바로 검사비와 약제비에 많은 재원을 쓰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알아이(자기공명영상촬영)나 시티(컴퓨터단층촬영) 등 고가의 검사 장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먼저 엠알아이는 인구 1백만 명 당 우리나라가 19.9대로 평균 12.5대보다 크게 높다. 시티 역시 인구 1백만 명 당 35.3대로 평균인 22.6대보다 역시 무척 높다. 약제비도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이 20%를 넘지 않는 것에 견줘 크게 높은 편이다.

정리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적은 수의 의사와 간호사의 돌봄 즉 질 낮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검사는 많이 받고 약은 많이 먹고 있다. 문제는 값비싼 고가의 의료장비나 약을 대부분 다국적의료기기업체나 다국적제약회사가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료비를 써도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업체에 빠져나가는 것이다. 결국 어느 정도가 적정하냐는 논란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비를 쓰면서도 그 의료비의 구성이 검사비와 약제비에 집중되면서 정작 의료인으로부터의 서비스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경우 공적의료비 비중, 즉 환자가 수술 등의 치료를 받은 뒤 내야 할 부담이 58.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72.2%에 견줘 크게 낮다. 각 가정이 부담하는 의료비 부담마저 높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료비 지출의 증가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의 증가 속도는 한해 평균 9%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4.5%의 2배에 달한다. 현재 속도라면 2020년께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을 따라잡는 것은 물론 2030년께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으로 의료비를 쓴다는 미국마저 따라잡을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인력구조 및 약제비와 검사비 지출 구조가 계속 된다면 높은 의료비를 쓰면서도 질이 높지 않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의료서비스가 현재처럼 약과 고가의 검사에만 의존하게 해서 풀어질 문제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 이보다는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의 질 높은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으로 보건의료 개혁 정책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의료비와 높아지지 않는 서비스의 질이라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큰 그림에 맞춰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만 부추기면서 고가의 검사와 약에만 의존하게 하고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은 높이지 못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