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성과급제의 불편한 진실, 과잉진료와 선택진료비(특진비)
“선택진료제는 폐지해야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이하 의료연대본부, 본부장 김애란)가 18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사 성과급제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의료 질을 떨어뜨린다."며 의사성과급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병원 의사의 성과급은 환자가 100% 부담하는 선택 진료비(특진비)를 주된 재원으로 한다.”며 "의사가 성과급을 많이 받기위해 선택 진료를 늘릴수록,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과거 특진이라고 불린 선택 진료는 모든 대형병원에서 주 진료의사의 진찰비만이 아니라 주 진료의사(특진의)가 의뢰한 검사, 수술, 처치 등 모든 진료행위에 대해 50∼100%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여 그 비용을 환자 본인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2010년 진료비 본인부담 실태조사 결과, 선택 진료비는 종합병원에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전체 액수의 31.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종합병원 본인 부담 진료비 중 비중이 가장 큰 것이다. 우리나라 환자들의 진료비 본인부담액이 높은 이유는 선택 진료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선택 진료비가 의사 성과급 때문에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증질환자나 장기요양 환자의 경우는 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통상 30∼40%정도나 되어 환자들은 선택 진료비에 대한 부담도, 불만도 높다. 게다가 선택 진료는 말이 ‘선택’이지 실제 일선병원 환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이다. 특진의 외에 일반의(一斑醫) 진료를 아예 불가능하게 하거나 일반의 비중이 너무 낮아 특진이 아닌 일반진료를 받기가 거의 어렵기 때문이다. 병원은 선택 진료로 많은 수입을 얻지만 환자는 퇴원 때 진료비 정산기록을 보고서야 대부분 깜짝 놀라게 된다. 환자는 선택 진료비가 억울하고 부당하지만 어찌하지 못한다. 부당한 제도로 선택 진료가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연대본부가 인용 발표한 주요 국립대 병원(서울대·부산대·경북대·전북대·충북대·경상대·전남대·충남대·강원대·제주대)의 선택 진료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서울대병원의 선택 진료비 수입 540억 원의 48.6%가 의사 성과급으로 쓰였고, 2위 부산대병원도 선택 진료비 수입 337억 원의 40.3%를 의사 성과급으로 지출했다고 하니 선택 진료비를 부담하는 환자들은 불편한 진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왜 대형병원에서 선택 진료가 아닌 일반의 진료가 어려웠는지, 왜 환자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밖에 없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선택 진료를 하는 의사들이 각종 검사를 의뢰한 비용은 2008년 1인당 평균 4억 5190만 원에서, 2009년 5억 103만 원, 2010년 5억 1236만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의사 1인이 선택 진료를 하고 받는 평균 성과급도 3441만 원에서 3931만 원, 4167만 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대형병원과 의사들 사이에서 선택 진료를 많이 하면 의사에겐 성과급이 늘고, 선택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각종 검사를 더 많이 의뢰해 병원수입에 기여하는 악순환의 구조가 의사차등성과급제라는 것이다. 병원과 의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밀월이었을지 모르나 그 사이에 환자는 봉이었던 셈이다. 국립대학 병원이 이러 할진데 민간 대형병원은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렇다고 특진의 진료가 더 질 좋은 서비스인가에 대해서도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왜냐하면 특진의도 사람일진데 하루 40명의 진료가 정상적인 진료수준인데 80명의 환자를 제한된 시간에 본다면 그 만큼 진료질의 하락은 당연한 것이다. 개별 환자는 30초, 1-2분 진료를 당연히 감수해야 하고, 의사와 간호사는 더 높은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것일 테니까.
선택 진료와 의사성과급제, 의사성과급제와 과잉진료와 과잉검사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의료인도 인간다운 환경에서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고, 환자도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의사성과급제인가. 이에 대해 시민들은 공분할 수밖에 없다. 선택하지도 못하는 선택 진료비를 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가. 아니 더 근본적으로는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을 선택하면서 이미 환자는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건강보험 수가도 더 높게 책정해 주었는데, 또 다시 선택 진료라는 명목으로 환자에게 이중부담을 지우는 것이 합리적인가. 이에 대해 사회적 동의가 되기는 어렵다. 차등의사성과급제의 재원이 되고 있는 선택 진료비는 환자에게는 부적절한 짐이고, 병원에게는 과외 수입임이 드러났다. 그러니 마땅히 선택 진료비를 없애는 것이 옳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시민들의 공분을 모아 선택진료제 폐지운동에 나서겠다.
2012년 7월 20일
건강세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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