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책실칼럼] 자회사 괴담, 썩 물렀거라!
공성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파견‧용역 노동자에 대한 전환 논의가 한창이다. 어느 사업장이나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는 직접고용이냐 자회사로 전환할 것이냐의 문제다. 공공운수노조는 직접고용으로의 전환을 원칙으로 정한 바 있다. 현장에서도 직접고용이 더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와 전문가들은 자회사 전환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심지어 공공서비스 차원에서도 더 좋다며 자회사 전환의 좋은 점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있다. 절대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은 공공기관을 떠돌고 있는 ‘자회사 괴담’의 실체를 파헤처 보자.
팩트체크 직접고용되면 기존 직원의 임금, 복지 양보 불가피하다?
아니다. 직접고용되어도 기존 직원의 총인건비는 그대로 보존된다.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되면 정원이 늘어남에 따라 인건비도 늘어난다. 신규 정원이 늘어나는 것과 똑같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무기계약직 인건비는 별도로 관리하게 된다. 인건비는 인건비지만 주머니가 다르다.(예산편성지침 7p.)
직접고용되면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괴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쌓아 둔 돈(기금)의 수익금과 새로 출연하는 돈(출연금)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 공공기관은 기금을 직원 1인당 최대2,500만원까지만 쌓을 수 있다. 그런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직원의 수가 늘어나 전체 기금 규모가 인원에 비례해서 커지게 된다. 출연금도 많아 질 수 있다. 기재부는 1인당 기금누적액에 따라 순이익 대비 출연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전환에 따라 1인당 기금누적액이 단기적으로는 하락하고 이에 따라 출연 비율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 더구나 기획재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여 기금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도 한 바 있다.(2017년 노정협의 결과 참고)
팩트체크 직접고용되면 정년은 무조건 60세고 임금피크제도 해야 한다?
아니다. 정부는 청소, 경비 직종 등 고령자가 다수인 직종의 경우 전환 이후 정년을 65세로 권고하고 그 이상의 경우에도 일정한 나이까지는 고용을 보장하라고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자회사냐 직접고용이냐는 관계가 없다. 한 기업에서 직종에 따라 정년을 다르게 정하는 것은 법이나 정부 지침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
직접고용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1.5배를 넘는 경우에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 기준 월 236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한다.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게 되면, 월 314만원 이상으로 도입선이 올라간다.
팩트체크 직접고용시 경쟁채용해야 한다?
아니다. 똑 같은 업무가 직접고용이냐 자회사냐에 따라 청년선호 일자리가 되었다 안 되었다하는 것도 웃기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직접고용이 훨씬 좋은 일자리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기도 하다. 정부 지침은 직접고용과 자회사와 무관하게 전문직 등 청년선호 일자리에 경쟁채용을 하라는 것이다. 곧 발표될 2단계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청소 등 단순노무직종을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로 청년선호 일자리로 보지 말라는 내용도 담겼다.
팩트체크 자회사 전환시 임금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다?
자회사로 전환 할 경우 회사 설립, 사무실 등 기본 운영, 관리자 인건비 등 추가적으로 지출되어야 할 비용이 크다. 이 비용을 기존 용역사업비에서 우선 충당해야 하므로 처우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게 된다.
이후 임금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는 모회사 마음에 달려 있다. 자회사로 전환되면 총인건비 규제가 없어 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실과 거리가 멀다. 자회사에 대한 용역사업비는 모회사의 사업비 예산에 포함되어 사업비 예산의 통제를 받는다. 무턱대고 올려 줄 수 없다. 자회사 가 총인건비 규제를 받지 않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 될 경우도 정규직보다 높게 임금을 인상해도 문제가 없다. 경영평가는 정규직 인건비만 보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에 대해서 10% 임금 인상을 하는 기관들도 있었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결국 직접고용이든 자회사든 모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임금을 올려 줄 수 있다.
자회사 전환시 용역근로자보호지침을 적용받아 시중노임단가 기준으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자회사는 용역근로자보호지침 적용 대상이 아니다. 덧붙여 이미 자회사로 운영되어 온 코레일네트웍스나 우체국시설관리단을 보라. 최저임금 수준이다.
팩트체크 자회사가 더 합리적이고 공공서비스에 도움이 된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이야기다. 자회사가 만들어지면 자회사는 기관의 퇴직 관리자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수서발 KTX를 운영하는 SR을 보라. 관리자와 노조위원장까지 짜고 임직원 자녀, 단골식당 주인 딸까지 부정 채용했다가 13명이 구속되었다. 자회사는 상층 관리자들의 놀이터, 비리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눌 수 없는 업무를 나누면 탈이 난다. 전환되는 업무의 상당수는 정규직과의 일상적인 업무 협조, 관리가 불가피한 업무(청소, 경비, 시설 등), 정규직 업무와 혼재되어 수행하는 업무(전산, 고유 업무 등) 등이다. 이를 별도의 회사로 나눌 경우 업무의 효율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불법파견의 가능성도 재발할 수밖에 없다. 대민서비스 질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위험의 외주화 해결이 시대적 과제
이번 정규직 전환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다시 떠올려 보자. 메르스 사태, 구의역 사고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공공부문의 외주화가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돼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정부도 강조하고 있듯이 이번 전환 정책은 과거와 달리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가장 핵심적 부분이다. 그런데 외주화를 해결하겠다며 또다시 자회사를 만들어 외주화를 유지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번 기회에 간접고용의 문제,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여 해당 노동자의 처우도 개선하고 기관의 공공성도 강화할 지, 아니면 또다시 제2의 메르스 사태, 구의역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의 외주화를 지속할 지. 공공노동자의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 자회사 괴담 썩 물렀거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