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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여, 우리의삶이여] 울산대 들국화분회

월, 2018/04/23- 16:31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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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여, 우리의 삶이여] 울산대 들국화 분회와 꽃다지의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5개월 째 투쟁중인 울산대 들국화분회, 25일 영남권 결의대회로 내일의 태양을

 


 

커다란 슬픔일수록 빨리 잊고

작은 기쁨일수록 크게 웃고

비록 너와 나 가진 것 없어도

가슴엔 큰 희망으로

 

동지의 허물일수록 빨리 잊고

나의 잘못일수록 엄격하게

비록 너와 나 가진 것 없어도

가슴엔 큰 사랑으로

 

우리 살아온 날들보다

더 많은 날 남아있지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날 생각하면

가다가 지쳐도 다시 일어설 거야

 

오늘은 우리들 가는 길에

모진 비바람 불어와도

내일엔 또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 내일엔 내일에 태양이 (꽃다지 곡)

 

 

90년대 초반 민중가요 들은 이전시기 가사들에 비해 자유, 민주 같은 거대한 담론들보다는 조금 더 개인의 삶과 결의에 파고든 측면이 있다. 형식적으로는 행진곡 풍의 곡조를 벗어나 포크와 록을 적극 수용한 곡들과 함께 동요풍의 쉬운 멜로디들의 곡이 많이 불려졌다. 그중 꽃다지의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라는 곡은 동시기의 ‘바위처럼’ 같은 대중적인 인지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특유의 희망적인 가사와 아기자기한 멜로디로 많은 운동대중과 학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 "내일엔 내일에 태양이 떠오른다"

 

 

 

내일엔 내일에 태양이 떠오른다는 사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의 대사로 유명한 문장이다. "내일은 또 다른 내일"(tomorrow is another day)이라는 대사에서 일종의 초월번역을 통해 얻어낸 저 대사는 소설과 영화의 원 대사를 잘 살렸는지는 논외로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대사인 것은 분명하다. 작은 사업장이 장기투쟁의 어둠 속에서 빛이 보이지 않을 때 이 곡의 희망적인 가사를 들려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커다란 슬픔일수록 빨리 잊고 내일의 희망을 놓지 말자고 다독이는 노래를 울산대학교 들국화분회의 조합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대자보도 아닌 A4용지에 쓴 문구를 빌미로 업무방해 고발하는 울산대학교

 

 

▲ 분회가 투쟁을 시작하자 행정본관을 폐쇄해 버리는 울산대 클라스

 

 

 

울산대학교 들국화분회 48명의 청소노동자들은 작년 12월 18일, 정년퇴직 인원에 대한 인력충원과 꼼수 없는 최저시급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울산대학교는 이름에 광역지자체가 들어가 있어 거점공립대학교일 것 같지만 실은 현대자본을 재단으로 둔 사립학교다. 올해 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연세대, 홍익대를 포함한 유명 사립학교들의 최임 꼼수, 알바 채용 행태와 마찬가지로 울산대학교도 청소노동자들을 아르바이트로 대체하면서 투쟁에 돌입했다. 분회는 아르바이트 출근 저지 투쟁까지 진행했지만 학교 측과 용역 업체는 도급계약 내용을 핑계로 노동조합을 속이고 탄압을 이어오고 있다. 아침저녁 조합원들의 행정본관 앞 선전전에도 울산대총장은 노조의 면담요청조차 거부하고 있다. 원청인 학교 측의 묵묵부답을 보면 도급단가 공개조차 않고 최저시급 밖에 줄 수 없다며 불성실한 태도로 교섭에 임하는 용역업체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흑자경영에도 불구하고 인원감축과 질 낮은 일자리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울산대학교의 모습은 결국 문재인 정권 1년차, 노동존중 정권 1년차라는 허울 좋은 정권교체의 맨 얼굴이다.

 

 

▲ '결국 우리가 나서서 이 싸움을 끝내야 한다' 투쟁중인 들국화분회

 

 

 

들국화분회의 요구는 복잡할 것이 없다. 정년퇴직으로 줄어든 자리에 인력 충원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 주말근무 정상화와 성실 교섭하라는 단순한 요구일 뿐이다. 청소노동자들이 5개월 가까이 아침, 점심으로 투쟁을 하고 있는 이유로는 조금 소소해 보이는 이 요구들은 우리가 들국화분회의 투쟁에 힘을 실어야 하는 거대한 당위일 수밖에 없다.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언명은 어찌 보면 오늘의 어둠이 현장의 조합원들에게는 너무도 힘들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희망은 노동자 스스로에게 있었다. 내일의 태양을 쟁취하기 위해 공공운수노조가 25일 영남권 결의대회를 연다. 울산대학교 들국화분회의 투쟁 승리를 위해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조합원들이 힘을 모은다.

 

 

들국화의 꽃말은 ‘모질게 견디다’이다. 이제 그 견딤을 내일의 태양으로 만들자.

 

 

 

 


 

[노래여, 우리의 삶이여]는 공공운수노조 교선실에서 만드는 민중가요와 투쟁사업장 현안을 결합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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